[한자 이야기]<1049>以大事小者는 樂天者也요…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제나라 宣王(선왕)이 交(린,인)(교린)의 방법에 대해 물었을 때 맹자는 오직 仁者(인자)만이 대국을 가지고 소국을 섬길 수 있고 智者(지자)만이 소국을 가지고 대국을 섬길 수 있다고 대답했다. 대국을 가지고 소국을 섬긴 사례로는 은나라 탕왕이 갈나라를 섬기고 주나라 문왕이 곤이를 섬긴 일을 들었고 소국을 가지고 대국을 섬긴 사례로는 문왕의 조부 태왕이 훈육을 섬기고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를 섬긴 일을 들었다. 이어서 맹자는 올바르게 事小하는 군주는 천리를 즐거워하는 자이고, 올바르게 事大하는 군주는 천리를 두려워하는 자라고 규정한 것이다.

‘以大事小者는 樂天者也니라’는 ‘以小事大者는 畏天者也니라’와 짝을 이루고, 아래의 ‘樂天者는 保天下하니라’는 ‘畏天者는 保其國하니라’와 짝을 이룬다. 樂天은 天命 天道 天理에 부합함을 즐거워하는 것을 말하고 畏天은 자기 멋대로 굴지 않고 天命 天道 天理에 순종하는 것을 말한다. 保는 保全(보전·지켜내어 온전하게 지님)의 뜻이다.

주자(주희)는 事小의 事를 字養(자양·길러줌)의 뜻으로 보아, 대국이 천하를 보전하는 기상은 널리 포함하고 두루 감싸주어 미치지 않음이 없다고 했다. 이에 비해 소국이 한 나라를 보전하는 규모는 예절을 따르고 법도를 삼가 감히 放縱(방종)하고 安逸(안일)하지 않아야 한다고 구별했다. 국력의 차이에 따라 事小와 事大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국이든 소국이든 국제정의의 이념을 실현하고 국제정세의 흐름을 직시하면서 자국의 주권을 지키고 교린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