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29>王欲行之시면 則합反其本矣니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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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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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께서 어진 정치를 실행하고자 하신다면 어찌하여 그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으십니까?

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현명한 군주라면 백성이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만들어주고 백성을 啓導(계도)하여 善으로 나아가게 해야 하거늘, 지금의 정치는 백성의 생업을 안정시키지 못하여 백성들이 瀕死(빈사) 상태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고서 왕께서 仁政(인정)을 실시하여 천하 백성이 제나라로 歸依(귀의)하게 되기를 바란다면 생업을 안정시키는 근본 정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王欲行之의 之는 앞서 나왔던 發政施仁(발정시인)을 가리킨다. 발정시인이란 王政을 실행할 것을 發令(발령)하여 仁政을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則은 가정(조건)의 구와 결과의 구를 이어주는 접속사이다. 합은 何不을 줄여서 발음하는 말이다. 따라서 합… 矣는 ‘어찌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여 강하게 촉구하는 어조를 지닌다. 책에 따라서는 합이 蓋(합)으로 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때의 蓋(합)은 합과 같다. 反其本은 ‘근본을 돌이킨다’로 풀이할 수도 있고 ‘근본으로 돌아간다’로 풀이할 수도 있다.

맹자가 말한 反本은 백성으로 하여금 恒産(항산·일정한 생업)을 갖게 하여 發政施仁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앞서 맹자는 제선왕이 중원의 패권을 쥐려고 甲兵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緣木求魚(연목구어)보다 더 심한 일이어서 재앙을 초래하리라 경고하고 反本을 하라고 주장했다. 여기서는 어진 정치를 실행하여 천하 백성이 제나라로 歸依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反本을 하라고 역설했다. 앞서의 本은 왕도정치 곧 仁政을 가리키고, 여기서의 本은 仁政의 실질 내용인 制民之産(제민지산)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물질적 기반과 도덕적 자율성이 필요하다. 어느 시대든 위정자는 우선 백성의 물질적 기반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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