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43>尋 常 (심상)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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尋 常 (심상)

尋-찾을 심 彙-모을 휘

衡-저울 형 覇-으뜸 패

幕-장막 막 稀-드물 희

語彙(어휘)가 발생하는 바탕은 文化(문화)다. 그래서 문화가 발달한 민족일수록 다양한 語彙가 존재한다. 또 語彙는 살아있는 有機體(유기체)처럼 生老病死(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발생하여 왕성하게 사용되다가 늙어 생명이 다하면 사라지고 만다. 물론 간혹 전혀 엉뚱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른바 ‘意味(의미)의 變質(변질)현상’이다.

語彙가 문화라는 바탕에서 발생하는 만큼 그 배경은 매우 다양하며 발생과정을 찾다보면 때로 흥미 있는 결과를 만날 때가 있다. 흔히 말하는 尋常은 옛날 중국의 度量衡(도량형)에서 나온 말이다. 둘 다 길이를 뜻하는 단위였는데 尋이 8자이고 常은 尋의 두 곱이었으므로 16자를 뜻했다. 물론 그 자(尺)의 길이는 지금보다는 약간 짧았다.

8자든 16자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리 길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春秋戰國(춘추전국)시대 제후들이 爭覇(쟁패)에 혈안이 된 나머지 ‘尋常의 땅’조차 다투었다고 한다. 한 평 남짓 되는 땅을 빼앗기 위해 싸웠다는 뜻으로 아주 작은 규모였음을 알 수 있다.

또 莊子(장자)는 배를 물에 띄우면 잘 나가지만 땅에서 밀면 평생을 밀어도 尋常만큼 나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래저래 尋常이라면 얼마 안 되는 길이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尋常은 극히 미미하여 보잘것없다는 뜻을 가진다. ‘대수롭지 않고 예사롭다’는 뜻도 되겠다. 따라서 ‘尋常치가 않다’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 되는 셈이다.

대시인 杜甫(두보)는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酒量(주량)이 李太白(이태백)만큼이야 되지는 않았지만 亂世(난세)의 울분을 달랜다거나 詩興(시흥)을 돋우기 위해서 술을 많이 마셨다. 그래서 퇴근길이면 酒幕(주막)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드물었다.

돈도 없고 해서 옷 따위를 잡히고 술을 마셨더니 여기 저기 빚진 술값이 ‘대추나무 연 걸리듯’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까짓 술값이 대수는 아니지 않은가.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술값은 예사롭게 가는 곳마다 널려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에라! 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었거늘.

유명한 ‘曲江’(곡강)이라는 詩다. ‘古稀’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술값 빚 정도는 尋常한 것으로 여겼던 杜甫였다. 요즘 정당의 불법선거자금 수사가 尋常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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