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04>饗 應(향응)

  • 입력 2003년 8월 10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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饗 應(향응)

饗-잔치할 향 舞-춤출 무 鼓-북 고

饒-넉넉할 요 祈-빌 기 宴-잔치 연

옛날에는 나라에서도 잔치를 벌였다. 太平聖代(태평성대)를 노래한다거나 豊年(풍년)을 빈다든지 하늘에 感謝(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豊盛(풍성)한 음식과 함께 音樂(음악)이 연주되었으며 歌舞(가무)가 곁들여졌다. 後漢書(후한서) 東夷傳(동이전)에 보이는 夫餘(부여)의 迎鼓(영고)나 고구려의 東盟(동맹)이 그것이다.

‘(부여에서는) 섣달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이 때가 되면 사람들이 모여 며칠을 두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면서 논다’

이와는 달리 가족끼리 조촐하게 벌이는 집안잔치가 있다. 돌이나 생일, 回甲(회갑), 結婚(결혼) 등 집안에 慶事(경사)가 있을 때 음식을 정성껏 장만해 가까운 친척을 불러 함께 먹고 마시고 흥겹게 논다.

또 이보다 좀 규모가 큰 것으로 동네잔치라는 것도 있다. 동네에 慶事가 났을 때 주민들이 함께 모여 잔치를 벌이는 것으로 男女老少(남녀노소) 한데 어울려 먹고 마시면서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科擧(과거) 及第者(급제자)가 나왔다든지 高官(고관)이나 烈女孝婦(열녀효부) 등이 났을 때 벌였던 것으로, 이 때면 소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한바탕 어울렸다. 자연히 풍악이 울리고 歌舞(가무)가 따랐으니, 이 날만은 머슴들도 기를 펴고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마을의 安寧(안녕)과 豊饒(풍요)를 비는 祈福(기복)과 感謝의 잔치도 있었다.

이 같은 ‘동네잔치’를 뜻하는 한자가 바로 饗이다. 곧 鄕과 食의 결합으로 시골(鄕)의 동네사람들이 한 바탕 어울려 음식을 즐긴다(食)는 뜻이다. 따라서 饗은 ‘잔치’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饗宴(향연)이라는 말이 있다. 잔치의 특징은 아무래도 정성껏 장만한 음식을 들 수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맛 볼 수 없는 귀한 음식도 이날만은 구경할 수 있었으며, 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손님 接待(접대) 잘 하기로 유명한 민족 아니던가. 이 때문에 잔치에서는 귀한 술이나 음식으로 평소와는 달리 좀 특별하고도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한다. 이것이 饗應이다.

이처럼 본디 좋은 뜻이었던 ‘饗應’이 지금은 그다지 좋지 않은 뜻으로 쓰여 지고 있다. 請託(청탁)을 위해 賂物(뇌물)과 함께 마련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옛날과는 달리 이해관계가 전제되므로 마련하는 측이나 응하는 측 모두 떳떳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饗應’ 때문에 시끄러운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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