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05>金 融(금융)

  • 입력 2003년 8월 12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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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融(금융)

融-융통할 융 預-미리 예 貸-빌릴 대

契-계약할 계 睦-화목할 목 嚆-울 효

金은 ‘돈’, 融은 ‘融通’(융통)을 말하니 金融이라면 돈을 融通하는 것, 곧 돈의 공급과 수요를 원활하게 소통시키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金融機關(금융기관)을 들라면 銀行(은행)이 있을 것이다. 본디 預金(예금)을 맡는 한편 다시 그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이른바 貸付(대부)가 主業務(주업무)였다. 그것이 지금은 업무영역도 많이 확대되어 換錢(환전), 送金(송금), 어음할인, 주식인수, 기타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 많이 늘어나 각종 投信社(투신사)나 證券(증권), 保險會社(보험회사) 등이 있다.

‘銀行’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한 바 있다. ‘銀行’이라는 말 자체는 19세기 중엽 中國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銀이 돈의 主宗을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의미의 銀行이 들어선 것은 1878년 일본의 第一銀行이 부산에 支店을 開設하면서부터였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우리도 민족자본으로 銀行을 설립하게 되니 1897년의 漢城銀行(조흥은행 전신)이다. 그 뒤 몇 개의 銀行이 더 출현하게 되었으며 최초의 중앙은행인 韓國銀行이 선 것은 1909년이었다.

그러나 이런 근대적인 銀行이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유사한 金融組織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契(계)다. 일찍이 신라시대의 嘉俳契(가배계)나 香徒契(향도계)에서 그 始源(시원)을 찾을 수 있는데 주로 構成員간의 親睦(친목)과 相互扶助(상호부조)가 주목적이었다. 그러다가 朝鮮時代에 들어와 크게 번성하게 되는데 親睦을 다지는 것은 물론 物品의 공동구입, 營利追求 등까지 겸하였다. 契는 지금에도 일종의 私金融(사금융)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하나 볼 수 있는 것에 寶(보)라는 것이 있었다. 공공목적을 위한 기금의 조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는데 역시 신라 때의 占案寶(점안보)가 그 嚆矢(효시)다. 고려시대에 매우 성행하였으며 상공업이 발달하게 되는 조선후기에 오면 위탁판매업무나 자금대여, 심지어는 어음할인까지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時邊(시변)이라는 것도 있었다. 돈을 빌리는 자와 빌려주는 자 사이에 居間(거간)이 개입하여 성사시키고 대신 일정한 액수의 이자차익을 노렸다. 담보물 없이 신속하게 자금거래를 하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月末을 이자 계산일로 삼는 落邊(낙변)이라는 특수한 金利를 적용했다. 주로 개성상인들 사이에서 행해졌다고 한다.

또 하나 庶民(서민)의 私金融機關 노릇을 했던 것에 典當鋪(전당포)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論하기로 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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