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99>與 野(여야)

  • 입력 2003년 7월 24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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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野(여야)

與-줄 여 野-들 야 貸-빌릴 대

薦-바칠 천 熟-익을 숙 擊-칠 격

쉽게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한자 ‘與’는 4개의 손, 즉 두 사람이 어떤 물건(與)을 주기 위해 두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그만큼 지금의 한자가 많이 변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與의 본뜻은 ‘주다’가 되겠다. 與信(여신)이니 貸與(대여), 授與(수여)가 있다.

비슷한 글자로 4개의 손이 수레(車)를 잡고 있는 것이 輿(가마 여), 한 마음 한 뜻(同)으로 물건을 들고 일어서는 것이 興(일어날 흥)字다. 또 擧(들 거)는 與에 손(手) 하나가 더 있는 글자이므로 두 사람 이상이 주는 것, 곧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것으로 ‘推薦(추천)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주고받는 것은 마음이 서로 통하는 사이에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그 대상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가 된다. 그리고 주는 사물도 財貨(재화)같은 구체적인 물건이 있고 또 격려, 위안과 같은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與는 ‘함께’, ‘친구’ 등의 뜻도 가지고 있다.

野는 마을(里)에서 좀 떨어진(予) 곳으로서 본디 ‘들’을 뜻한다. 그곳은 논밭과 숲이 있어 아무래도 사람이 사는 마을보다는 거칠다. 그래서 ‘거칠다’, ‘덜 성숙된 곳’이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野慾(야욕), 野蠻(야만), 野談(야담), 野合(야합)이 있다. 사실 成熟(성숙)과 未熟(미숙)의 구별은 대상에 따라 다르다. 사람의 경우, 어른이 아이보다는 成熟하겠지만 그 어른도 文武百官(문부백관)보다는 未熟하게 마련이다. 곧 民間이 朝廷(조정)보다는 未熟하지 않을까.

여기에서 野는 일반 백성들이 사는 民間(민간)을 뜻하게도 되었다. 그래서 民間에 있는 것을 在野(재야), 그런 사람을 野人(야인)이라고 하며 정계를 떠나 民間으로 돌아가는 것을 下野(하야)라고 한다.

與野는 與黨과 野黨의 준말이다. 곧 與黨이란 집권계층과 ‘친구’, ‘우호적인’ 당으로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黨을 뜻하며, 野黨은 아직 국정에 참여하지 않아 집권계층에 대하여 비판과 함께 다소 ‘거친 攻擊’(공격)을 가하는 黨을 뜻한다.

이렇게 볼 때 與野의 입장은 분명해진다. 그러나 與黨이라고 정부에 대해 무조건 ‘支持’나 하고 반대로 野黨이라고 무조건 ‘攻擊’만 한다면 올바른 政黨이라고 할 수 없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政黨은 그런 경향이 남아 있는 것 같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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