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87>匹 夫 之 勇(필부지용)

  • 입력 2003년 6월 26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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匹 夫 之 勇(필부지용)

匹-변변찮을 필壓-누를 압覇-으뜸 패

蕩-방탕할 탕怒-성낼 노職-벼슬 직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는 인물묘사의 壓卷(압권)이다. 수백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며 지금도 살아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項羽本紀(항우본기)에서 그는 項羽의 걸출한 영웅성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비록 실패한 영웅이기는 하지만 그의 붓끝에서 項羽는 不世出(불세출)의 영웅으로 등장한다. 그는 項羽를 이렇게 평가했다.

‘秦(진)이 民心(민심)을 잃자 각지의 영웅호걸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서로 다투었다. 項羽는 한 뼘의 땅도 없으면서 농촌에서 궐기하여 3년 만에 5제후를 이끌고 秦을 멸망시켰고 천하를 나누어 왕후로 봉하고는 모든 政令(정령)을 자신의 손에서 처리함으로써 覇王(패왕)이 되었다. 비록 자리를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일찍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는 24세에 江東(강동)에서 일어나 26세에 秦을 멸망시켰다. 하지만 곧 蕩兒(탕아) 출신이었던 劉邦(유방)에게 패함으로써 비극적인 일생을 마쳤다. 그는 자신의 패배를 ‘하늘’ 탓으로 돌렸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했을 뿐 用兵術(용병술)에서 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후에 천자가 된 劉邦은 洛陽(낙양)의 궁에서 대신들을 모아놓고 연회를 벌이는 자리에서 말했다.

‘내가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知人(지인)과 用人(용인)에 뛰어났기 때문이다. 作戰(작전)에는 張子房(장자방·張良), 보급에는 蕭何(소하), 전투에는 韓信(한신)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셋이나 있다. 나는 그들을 모두 쓸 수 있었지만 項羽는 단 하나의 걸출한 范增(범증)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

한번은 韓信이 劉邦에게 項羽의 됨됨이를 말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怒氣(노기)를 띠고 호령하면 1000명이 기절할 정도지만 用人에는 서툴러 어진 장군에게 믿고 맡기지를 못합니다. 이것은 匹夫之勇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인정이 있어 병사가 병에 걸리면 흐느껴 울거나 자기가 먹을 음식도 나누어주지만 막상 공을 세운 부하에게 벼슬을 내릴 때면 그것이 아까워 職印(직인)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만지작거리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婦人之仁(부인지인)에 불과하지요. 이제 대왕께서 그와 정반대로만 하신다면 천하에 그 누가 당할 자가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 감복한 劉邦은 그를 늦게 만난 것을 후회하고는 大將軍(대장군)에 임명했다. 匹夫之勇이란 腕力(완력)으로만 일을 처리하려는 천박한 용기를 뜻하게 되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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