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75>嚬 蹙(빈축)

  • 입력 2003년 5월 27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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嚬 蹙(빈축)

嚬-찡그릴 빈蹙-찡그릴 축 眉-눈썹 미

爵-벼슬 작潔-깨끗할 결 蓄-쌓을 축

세상을 사는 데 어찌 좋은 일만 있겠는가. 슬픈 일도 있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일도 경험하곤 한다. 또 상식의 틀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간혹 상식밖의 일을 목도할 때면 의아해 하거나 때로 얼굴을 찡그릴 때가 있다.

嚬이나 蹙은 둘 다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지만 嚬이 兩眉間(양미간)을 찌푸리는 것이라면 蹙은 이마를 찌푸리는 것이다. 그러나 嚬이든 蹙이든 볼썽사나운 꼴을 보았다든지 아니면 상식밖의 일을 당했을 때 나타나는 얼굴표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齊(제)나라의 명문귀족에 陳仲子(진중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형의 집에서 살았는데 형 戴(대)는 高官(고관)으로 爵祿(작록)이 만금이나 되었고 고래등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淸廉潔白(청렴결백)하기로 소문난 그는 부귀영화를 팽개치고 於陵(오릉)땅으로 잠적해 버렸다. 고루거각에서 호의호식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가문의 영광에 힘입은 것인 만큼 정당하지 못하다 하여 스스로 자급자족의 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於陵에서의 일이었다. 사흘이나 굶은 나머지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번은 우물가에 오얏이 떨어져 있었는데 굼벵이가 거의 다 파먹고 난 뒤였다. 겨우 그것을 본 陳仲子는 죽을 힘을 다해 기어가서는 집어 먹었는데 세번 삼키고 나서야 비로소 귀가 들리고 눈이 보였다.

한번은 본가에 들렀다. 어떤 사람이 그의 형에게 거위 한마리를 선사하였다. ‘꽥꽥!’하는 소리가 거슬렸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 뇌물로 바친 것이라는 생각에 거위를 보는 순간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嚬蹙).

‘젠장! 저 놈의 거위는 무엇에다 쓸려는고.’

며칠 뒤 어머니가 그 거위를 잡아 陳仲子에게 먹였다. 영문도 모르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 그 때 남이 바친 그 거위가 아닌가. 그는 즉시 밖에 나가 토해버렸다.

孟子(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물론 孟子는 그의 극단적인 淸廉에 비판을 가했지만 그것은 당시의 가치기준에 의해서일 뿐이다. 陳仲子가 거위를 보고 눈쌀을 찌푸린 것은 ‘不義’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면 陳仲子의 嚬蹙은 옳지 못한 富貴(부귀)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蓄財(축재)를 한 사람들은 嚬蹙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식에 맞지 않는 言行 역시 嚬蹙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 요즘 일부 公人들의 행적이 嚬蹙의 대상이 되고 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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