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45>左 遷(좌천)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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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遷’은 ‘왼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잘못을 고쳐 착하게 옮겨 가는 것을 改過遷善(개과천선)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던 것이 지금은 전보다 못한 자리로 쫓겨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으니 기분좋은 말은 아닌 셈이다. 반면 오른쪽으로 옮긴다거나 榮轉(영전)의 뜻으로 右遷(우천)이라는 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處女作(처녀작)이라는 말은 있어도 總角作(총각작)이라는 말은 없는 것과도 같다. 여기서 우리 조상들의 左右관념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주위를 보면 왼손잡이보다는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왼쪽, 또는 왼손은 不便(불편), 妨害(방해), 卑賤(비천), 邪惡(사악)의 상징으로 통했다. 左派(좌파)라면 예로부터 나쁜 부류를 지칭할 때 사용했던 말이다. 반면 오른쪽, 또는 오른손은 便利(편리), 도움, 尊貴(존귀), 正道(정도)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옛날 名門巨族(명문거족)을 右姓(우성), 正道를 右道, 학문을 崇尙(숭상)하고 振興(진흥)시키는 것을 右文이라고 했다.

이런 관념은 실제 행위나 禮法(예법)에서도 나타났다. 세종로에 있는 光化門(광화문)에는 문이 세 개 있는데 그중 가운데 문은 왕이나 중국 사신의 전용이었으며 우측 문은 양반이나 귀족, 좌측문은 中人 이하가 출입토록 했다.

또 法度(법도)있는 집안에 손님이 왔을 때 왼쪽 문을 열고 맞이하면 큰 실례로 여겼으며 종로거리도 양반은 우측, 천민은 좌측통행을 하도록 했다. 그래서 혹 높은 분의 행차를 만났을 때 길의 우측으로 피하는 것은 큰 실례라고 여겼다.

‘左遷’은 옛날 官僚(관료)들이 侍立(시립)했던 위치에서 연유한다. 즉 朝會(조회)에서 고관은 우측, 하급자들은 왼쪽에 시립토록 했다. 따라서 左遷이라면 侍立의 위치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옮긴다는 뜻이며 官階(관계)로 따질 때 下降(하강), 즉 降等(강등)되는 것이므로 좋은 뜻일 리가 없는 것이다.

戰國時代(전국시대) 趙(조)의 名臣(명신) 藺相如(인상여)가 秦(진)으로부터 和氏璧(화씨벽)을 무사히 도로 가져오자(‘完璧’의 고사) 惠文王(혜문왕)이 上卿(상경)에 임명하면서 廉頗(염파)의 ‘오른쪽’에 侍立케 했다. 이를테면 廉頗는 藺相如때문에 ‘左遷’당한 셈이다. 廉頗가 怏怏不樂(앙앙불락)했음은 물론이다. 각기 외교관과 장군으로 왕의 총애를 다투던 사이였다. 이렇게 볼 때 최초로 左遷당한 사람은 廉頗가 아닐까 싶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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