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월드]열린 미디어 환경,닫힌 소통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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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TV에 한번 나오면 주위의 많은 사람이 알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보통 개인이 이용하는 매체가 서너 개를 넘지 않던 때다. 10년 전만 해도 그랬다. 사람들마다 이용하는 매체가 비슷했고 읽고 보는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문기사를 읽거나 TV 뉴스를 시청할 때, 나 이외에 다른 많은 사람도 이것을 접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믿음이 있었다.

지난 10여 년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뉴스 매체의 수가 크게 늘었다. 보통 일곱에서 아홉 개의 뉴스원을 이용한다는 보고도 있다. 뉴스 매체는 늘어나고 전체 뉴스 이용 시간은 줄어 매체당 이용시간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줄었다. 내가 접하는 뉴스와 네가 접하는 뉴스가 다른 시대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존중되고 소통되는 사회가 민주사회다. 산술적으로 뉴스 매체가 늘어났으니 사상과 의견의 다양성 정도도 커진 것일 수 있다. 문제는 다양성 간의 소통이다.

매체의 다양화는 기술적 정책적 요인으로 시장 신규 진입 비용이 낮아진 결과다. 진입 비용이 낮아진 만큼 신규 사업자들의 손익분기점도 낮아진다. 낮은 손익분기점을 가진 매체는 일반 대중이 아닌 목표 대중을 대상으로 뉴스를 만들게 된다.

경쟁하는 매체가 적을 때는 다수의 중간 대중이 목표가 된다. 객관적 언론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경쟁이 격해지면 소수 목표 집단만을 겨냥한 선명성이 중요해진다. 이것은 시장의 모든 뉴스매체에 영향을 끼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선명성 경쟁은 매체와 뉴스의 분극화(polarization)로 이어지고 사상과 의견, 여론의 파편화를 가져온다.

시대가 바뀌면 문제도 달라진다. 지금은 의견의 다양성이 아니라 소통이 중요한 시대다. 소통되지 못하고 합의되지 못하는 의견이 다양성을 넘어 파편화로 진행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런데도 매체의 다양성을 위해 나서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내가 접하는 뉴스를 남들도 접하고 있다는 소통에 대한 믿음이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공중의식의 출발이다. 그래서 현재의 상황은 민주주의 위기다.

안민호 교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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