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59>唯酒無量하시되 不及亂이러시다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앞 회(658)에 이어 논어 ‘鄕黨(향당)’편 가운데 공자의 식습관을 밝힌 章의 일부이다.

흔히 唯酒無量을 근거로 공자의 酒量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약용은 그런 해석을 일축했다. 量은 槪(개)와 같이 한계 지음이다. 술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잔에도 여러 크기가 있으므로 공자는 미리 몇 잔만 마시겠다고 제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술을 마셔서 혈기가 화평하고 맥이 통창하면 그만 마셔서 몸가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계를 두었다는 것이다. 沽酒市脯는 시장에서 사가지고 온 술과 포를 말한다. 不食의 食은 먹고 마시는 일을 모두 뜻한다. 당시 민간의 술은 맛이 떫었고 시장의 고기는 독성을 지녔으므로 공자는 시장에서 술과 포를 사먹지 않았다고 한다. 혹은 집에서 빚고 만든 술과 포가 떨어졌다고 굳이 사오지는 않았는지 모른다. 不撤薑食의 撤은 버리다, 먹다 남기다는 뜻이다. 그 목적어는 薑이거나 薑食이다. 정약용은 薑食은 飴薑(이강)이나 蜜薑(밀강)을 말한다고 했다. 생강은 몸의 濁氣(독기)를 제거해 주고 神明(신명)을 통하게 해준다고 한다. 공자는 식사에 나온 생강이나 생강 과자를 다 먹었지만, 貪心(탐심)을 내지는 않았다.

공자는 음식 먹을 때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 습관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章의 많은 구절이 ‘∼하지 않는다’는 ‘不∼’의 구문임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철학에서는 인간의 분별력을 말할 때, 텔레비전 앞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음식을 탐욕스레 먹지 않는 의지를 매우 중시한다. ‘∼하지 않았던’ 공자의 분별력을 우리는 왜 배우지 않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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