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T셔츠-의자에 말을 걸어볼까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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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바라기가 다 자랄 때까지 놀다 올래?” “엄마, 오늘은 숙제를 해야 되니까 조금만 놀래요. 해바라기가 2인치만큼 자라면 돌아올게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삼성디자인학교(SADI)의 졸업반 김성인 씨. 그는 ‘Love Blossom’이라는 개념의 패션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머지않아 부모와 자식 간에 이런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디자인한 어린이용 옷의 표면에는 액정표시장치가 달려있다. 옷에 빛이 감지되면 액정장치에서 해바라기가 자라고 벌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2 ‘학교에 들어서면 학교 문장이 왼쪽 가슴에 찍히고, 친구에게 받은 옷 선물을 컴퓨터에서 내려받고,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맞는 최적의 옷이 프린팅되어 나타난다….’ SADI는 내려받은 프린트를 티셔츠 액정에 투사한 옷을 선보였다. 또 거리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이용해 거리에 따라 티셔츠의 프린트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SADI 기초학과 서효정 교수는 “패션에 인터랙션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랙션 디자인의 세계

○ 인터랙션 디자인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인터랙션 디자인 개념은 1990년대 후반 노키아 모토로라 등 주요 휴대전화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등장했다.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과 휴대전화를 연결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냈지만 첨단기술 개발이 정체되면서 새 사업 모델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 디자이너들은 상호 이질적인 기존 제품들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2001년 미국 애플사는 디지털 음악 재생기 아이팟과 온라인 음악상점 아이튠스를 연계한 사업으로 인터랙션 디자인의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 휴대용 전자기기와 웹이라는 이질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이질적인 제품 간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인터랙션의 개념은 인지공학, 심리학과 같은 분야로 확장됐다.

국민대 인터랙션디자인과 반영환 교수는 “인터랙션 디자인은 제품과 제품, 인간과 인간 등 모든 의사소통의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에 적용 가능하다”며 “커뮤니케이션의 접점을 원활히 하고 사용자의 감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패션에서 보험 가입까지 응용 분야 넓어

3일 열린 SADI의 시연회에서는 인터랙션 디자인을 패션에 응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옷은 태아의 소리가 임신복 표면에 이미지로 나타나는 디자인.

전자태그(RFID) 기술을 응용해 사용자가 옷장에서 옷을 꺼내지 않고도 스캔된 영상을 통해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의상 코디기능의 매직미러도 눈길을 끌었다. 인터랙션 디자인을 응용한 제품은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온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원피스가 제품화됐다. 스웨덴 말뫼대의 다비드 쿠아르티에예스 교수가 디자인한 ‘로킹 체어’는 자리에 앉아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형형색색의 다른 빛을 뿜어내는 의자다. 밤에 혼자 있는 아이를 위한 제품으로 ‘조명’과 ‘놀이’를 접목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덴마크의 조명회사 루이스폴센은 이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검색엔진 구글의 성공요인도 인터랙션 디자인.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한 단순한 형태의 검색엔진이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녹화기능을 버튼 하나로 간단히 한 LG전자의 타임머신TV도 한 예다.

○ 국내에서도 인터랙션 디자인 과정 개설

인터랙션 디자인은 영국왕립예술학교, 미국의 파슨스와 프랫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인 학교들이 모두 다루는 분야다.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SADI, 홍익대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 국민대 인터랙션디자인과 등에 이 과정이 개설돼 있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에서도 수백 명의 디자이너가 인터랙션 개념을 기초로 그래픽, 사운드 분야를 디자인하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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