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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 100권]<84>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

입력 2005-07-11 03:03업데이트 2009-10-0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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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이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학혁명’ ‘패러다임’ ‘정상과학(正常科學)’ 등의 개념을 사용한 그의 과학관(科學觀)은 과학사와 과학철학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역사학과 철학은 물론 거의 대부분의 사회과학 분야와 심지어 문학, 예술 이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쿤의 유명한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는 바로 이 같은 그의 과학관을 담고 있다.

1962년에 출판된 이 책은 근본적으로 과학의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고, 특히 과학상의 변화 또는 발전이 ‘축적적’이지 않고 비연속적 또는 ‘혁명적’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쿤의 주장은 “과학혁명은… 하나의 패러다임이 이와 양립 불가능한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대체되는 비축적적인 변화의 에피소드를 가리킨다”는 그 자신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가 있다.

과학의 변화가 이처럼 혁명적이라면 그러한 ‘과학혁명’ 사이에는 비혁명적이고 안정된 기간이 있어야 하고, 이것이 쿤이 말하는 ‘정상과학’의 기간이다. ‘패러다임’이란 바로 이러한 정상과학을 특징지어 주는 개념으로서, 정상과학의 시기에 과학자 사회 전체에 공유된 이론, 법칙, 지식, 방법과 가치관, 취향, 습관, 규범을 통틀어 폭넓게 지칭한다.

‘과학혁명의 구조’는 이 같은 정상과학과 패러다임에 관한 논의에서 시작해 정상과학이 ‘위기’를 맞아 무너졌을 때 일어나는 현상인 과학혁명에 대해, 그리고 그러한 과학혁명의 결과로 새로운 정상과학이 생기게 되는 과정에 대해 쿤 특유의 명쾌하고 설득력 있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 논의의 과정에서 그는 서양 과학 역사상의 수많은 생생한 예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책은 출판과 동시에 굉장한 주목을 받았고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영향이 컸던 것은 과학철학 분야였다. 물론 많은 과학철학자의 반응이 비판적이었지만, 설득력 있는 쿤의 견해는 이미 그들이 느끼기 시작하고 있던 전통적인 정적(靜的), 분석적 과학철학의 문제점을 명확히 노정시켜 주었던 것이다. 특히 쿤의 견해는 과학철학의 여러 논쟁에 한 구심점을 제공했고, 많은 사람이 쿤을 이해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학철학의 입장을 다져 갔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 책이 준 감명이 조용하기는 했지만 훨씬 더 호의적으로 나타났다. 많은 과학사학자는 쿤이 자신들의 공통된 인식을 체계화하고 이론화해 준 것으로 생각했고, 당시 태동하기 시작하던 과학사회학에는 쿤의 이론이 강한 추진력을 제공했다. 그리고 과학 이외 분야의 이론이나 역사에 종사하는 사람도 자신의 분야에서의 지식, 이론, 양식, 사고 등의 변화가 과학지식의 변화에 대한 쿤의 모형과 잘 들어맞음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따라 쿤의 이론을 학문, 예술의 여러 분야에서의 변화를 설명하는 모델로 원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같은 시도는 급격히 퍼져 나가서 결국 이 책이 수많은 분야의 사람에게 필독의 책이 되고 20세기 후반의 고전(古典) 중 하나가 되게 했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동양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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