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즈려밟기]<4>덕유산 - 향적봉~동엽령~빼재

  • 입력 2005년 3월 3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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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의 백암봉에서 동엽령 방향으로 바라다보이는 남덕유의 백두대간 마루금. 나뭇가지마다 눈꽃과 얼음꽃이 피어나 온 산이 새하얗다. 조성하 기자
덕유산의 백암봉에서 동엽령 방향으로 바라다보이는 남덕유의 백두대간 마루금. 나뭇가지마다 눈꽃과 얼음꽃이 피어나 온 산이 새하얗다. 조성하 기자
《대산 지리의 마루금을 따라 ‘백두대간 즈려밟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두 달.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한 백두대간 산줄기가 동쪽으로 방향을 튼 뒤 북상하며 뻗어있는 줄기가 덕유산이다.

무주 장수(이상 전북), 거창 함양(이상 경남).

2도 4군의 8개 면을 거느린 덕유산의 장쾌한 산줄기는 그 자체가 반도의 남쪽을 동서로 나누며 영남과 호남, 두개의 문화권을 일궈낸 분수령.

신라와 백제가 경계를 이룬 곳도 여기다.》

○ 남으로… 북으로… 거침없는 ‘산의 바다’

덕유산에 오르기 위해 무주리조트로 향했다. 그 안에 있는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m)에 오르기 위해서다. 스키장은 향적봉 아래 계곡에 있고 곤돌라는 향적봉 턱밑의 설천봉까지 오른다. 그 덕분에 힘 안들이고 발아래 펼쳐지는 무주군 안성면의 너른 땅과 남덕유의 장쾌한 백두대간 산줄기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린다.

곤돌라 역에서 향적봉은 멀지 않다. 기껏해야 20분 정도 걸리는 산보 코스다.

향적봉 자체는 백두대간 봉우리가 아니다. 그러나 덕유산의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기막힌 산경을 감상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향적봉 정상에 서니 세상이 온통 ‘산의 바다’처럼 보인다. 북으로는 민주지산, 대둔산, 황학산, 가야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무룡산 삿갓봉 등 남덕유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산마루를 따라 걷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대간 마루를 걷고 싶다면 중봉을 거쳐 백암봉에 가야한다. 거리는 2km가 조금 넘는다. 철탑 선 봉우리 옆으로 불쑥 솟은 중봉(1594m)까지는 1km. 눈이 덮여 있어도 산책로처럼 편안하다.

최근 내린 폭설로 설국을 이룬 덕유산 산정은 하나의 별세계였다. 가지에 붙은 눈은 강풍과 혹한에 그대로 얼어붙어 숲은 온통 ‘얼음나무’ 천지였다. 그 얼음가지가 바람이 흔들리며 서로 부딪쳐 내는 소리, 얼음나무 숲 위로 떨어져 부서지는 찬란한 햇빛은 꿈속 세계처럼 환상적이었다. 산이 아니라면, 아니 덕유산이 아니라면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아름다운 산경이다.

눈꽃 핀 중봉에서 바라다본 덕유산의 백두대간.

○ 오른발은 거창 왼발은 무주… 두 산자락의 포옹

대간의 마루금을 밟기 위해 백암봉(송계사 삼거리)을 향했다. 그 길은 중봉 아래 펼쳐진 넓은 구릉의 덕유평전(1480m)을 지난다. 거리는 1km정도. 눈꽃, 얼음꽃이 핀 키 작은 나무의 숲을 지나 백암봉에 오르니 비로소 덕유산이 영호남의 분수령임을 확실하게 느낀다. 북쪽의 삿갓봉을 향해 걸으면 오른발은 거창 땅을 밟고 왼발은 무주 땅을 밟는다.

사람의 살림살이란 산의 마루금 양편에서 제각각이다. 대간 마루금에 반쪽 난 두개의 빗방울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내려 다른 물줄기를 이루듯 그 물을 마시고 사는 이 역시 그렇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대전통영고속도로∼무주 나들목∼적상면 삼거리∼사산 삼거리∼치목터널∼구천동터널∼무주리조트(206km) △산행정보=하루 코스로 추천할 만한 것은 설천봉(곤돌라역)∼향적봉∼중봉∼백암봉(송계사 삼거리)∼동엽령∼칠선계곡 코스.

▽덕유산 국립공원=www.npa.or.kr △곤돌라=운행은 오전 9시∼오후 4시, 요금은 왕복 1만원. 문의 무주리조트 063-322-9000


무주·거창=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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