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레저 제안]‘궁궐속 궁궐’ 창덕궁 후원 엿보기

  • 입력 2004년 5월 6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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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정과 연지의 아름다운 모습. 여기에 원앙 한 쌍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 된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관람정과 연지의 아름다운 모습. 여기에 원앙 한 쌍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 된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가장 한국적인 정원’으로 꼽히는 창덕궁 후원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옥류천 존덕정 등 일부 지역이 1일부터 추가 개방됐다.

창덕궁 후원 특별관람 코스는 연경단, 선향제 중심의 일반관람코스에 옥류천, 존덕정, 폄우사, 관람정 등을 거쳐 애련정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가했다.

28년 동안 출입이 금지됐던 이곳을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지만 감상법을 모르는 채 갔다가는 건물과 정자 겉모습만 보고 오는 데 그치기 쉽다.

창덕궁 후원을 더욱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감상 포인트 10가지를 문화재청 창덕궁 관리소 정현숙 안내실장에게 살짝 들어봤다.

○ 관람정(觀纜亭) 연지의 원앙

후원에는 딱따구리, 원앙, 소쩍새 등 40여종의 새가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연못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원앙 한 쌍을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소리가 나도 달아나기 때문. 정겹게 헤엄치는 원앙과 정자 단청이 어리는 물그림자를 함께 볼 수 있다면 행운 중의 행운. 산책 중에 조금만 주의하면 온갖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 취규정(聚奎亭)의 녹음

개방된 후원 산책로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정자가 취규정. 정자 바로 뒤편은 급경사지로 한여름 녹음이 우거질 때면 초록의 바다를 연상케 한다. 마치 설악산 계곡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 취한정(翠寒亭)의 소나무 향기

옛날에는 취한정 주변이 온통 소나무 밭이었다고 한다. 짙은 녹음과 소나무 향기로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만큼 서늘했다는 데에서 취한정의 이름도 유래했다. 지금은 소나무보다는 활엽수가 더 많은 것이 흠. 그래도 맛은 느낄 수 있다.

○ 장마철의 소요정(逍遙亭)

소요정 옆으로 계곡에서 흘러내린 옥류천이 한 바퀴 휘감아 돌아나간다. 계곡물이지만 소요정 주변은 어른 가슴 깊이 정도로 깊고 수량도 풍부하다. 작은 계곡이지만 대하(大河)의 느낌을 준다. 지금은 공사 때문에 물길을 막아 장마철에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흠. ‘소요정’이라는 이름은 장자의 ‘소요편’에서 유래했다.

○ 소요암 용소(龍沼)에 떨어진 꽃잎

정조가 잠을 잤다는 농산정. 좌측의 방 두개는 온돌로 돼 있다. 이종승기자

숙종의 친필 시를 새긴 소요암 앞으로 옥류천이 커다란 타원형을 그리며 돌아나간다. 숙종은 이 모습을 보고 ‘물이 삼백척을 날아, 구천리를 떨어지네, 부서진 물방울이 흰 무지개를 일으키고, 만 골짜기에 우레소리가 들린다’는 시를 짓기도 했다. 작지만 범접하기 힘든 기품이 있다. 경주의 포석정처럼 이 타원형으로 흐르는 옥류천에 둘러앉아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었다고 한다.

○ 천성동의 푸른 이끼

천성동은 넓은 암반이 계곡을 따라 펼쳐진 곳. 암반 위는 온통 푸른 이끼로 가득 차 있다.

맑은 달빛 아래 푸르게 빛나는 이끼 밭은 주변의 소나무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 봄 연경당(演慶堂)의 붉은 단풍나무

단풍은 가을이 제철이지만 수종에 따라서는 봄부터 색조를 띠는 것도 있다. 연경당 앞 단풍나무는 벌써 붉은 빛이 돈다. 늦봄 오후에 무성한 붉은 단풍 위로 하늘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연경당은 창덕궁 안에 있는 조선시대 사대부 집 형식의 가옥. 왕이 백성들의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설이 있으나 정확한 용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 선향제 방안에서 보는 화원

연경당 안에 있는 건물이 선향제다. 그 뒤편으로는 계단식 화원이 있다. 화원 자체는 볼품이 없지만 선향제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방 창문을 통해 보는 화원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조선시대 정원예술의 백미.

○ 어수당지에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

연경당 앞의 다소 넓은 빈터가 어수당지. 지금 이곳을 찾으면 하얀 안개꽃처럼 점점이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를 볼 수 있다. 주변 진달래, 단풍나무 등과 어우러져 눈꽃보다 아련하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 애련지에서 생각하는 대장금

애련지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중종이 장금에게 간접적으로 사랑을 고백한 곳. 고민과 상념에 빠진 장금이 혼자 사색에 잠기는 장소로도 자주 나왔다. 옆에 서 있는 애련정은 선의 아름다움과 간결미로는 한국 최고의 정자라는 평가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창덕궁 후원 특별관람▼

△오전 10시, 오후 1, 2시 등 하루 세 번. 소요시간 3시간. 매주 월요일은휴관.

△한 번에 50명씩 제한. 관람일 30일전∼3일 전까지 관람 신청 예약.(선착순 마감)

△입장료 5000원.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걸어서 5분. 1, 3, 5호선 종로3가역에서 10분.

△문의 및 예약: 02-762-0648 www.changdeok.oc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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