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울긋불긋 꽃들의 천국… 용인시 한택식물원

  • 입력 2004년 5월 6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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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근원 벚나무 아래 활짝 핀 수선화와 튤립. 꽃길 사이로 재잘대며 걸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꽃송이같이 화사하다.
구근원 벚나무 아래 활짝 핀 수선화와 튤립. 꽃길 사이로 재잘대며 걸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꽃송이같이 화사하다.

《신록이 제 빛깔을 온전히 드러내는 5월이다. 집을 나서면 온천지가 봄을 맞는 꽃과 나무들로 가득하다. 아니, 집안의 작은 화단이나 실내 화분에서도 자연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자연을 좀 더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만나고 싶다면 경기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 비봉산 자락에 자리한 한택식물원에 찾아가보자. 야트막한 산자락 전체가 화사한 꽃천지다. 금낭화, 앵초, 산괴불주머니, 하늘매발톱, 각시붓꽃, 개족도리 등 그 이름만큼이나 질박한 삶을 이어온, 우리 민족을 닮은 꽃들도 수두룩하다. 굳이 골짜기나 논두렁을 헤매지 않아도 우리 꽃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즐거움이다.》

○ 자생식물의 보물창고

한택식물원은 20만평이나 되는 넓은 땅에 자생식물 2400종과 외래식물 4600종 등 총 7000여종, 700만그루가 있다. 이 식물원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지난해 4월이지만 27년간 꾸준히 가꾸어온 식물원이다. 1977년 이택주 원장이 목장을 만들기 위해 초지를 조성하다 조경용 나무와 자생식물 몇 가지를 심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튤립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유치원생 어린이들.

사설식물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데다 다양한 종을 갖추고 있어 2001년 환경부로부터 ‘자생지 외 희귀식물보전지구’로 지정됐다.

자연생태원을 비롯해 워터가든, 아이리스원, 원추리원, 월가든, 암석원, 약용식물원, 희귀식물원 등 총 29개의 주제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잡초라고 생각하기 쉬운 산책로 풀이나 돌 틈에 핀 꽃들도 사실은 일일이 심고 가꾼 ‘보물’들이다.

철마다 색이 변하고 달마다 모습이 바뀌는 식물원이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봄인 5월과 6월이 가장 화려하다. 이달 중 볼 수 있는 꽃 수백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리스와 모란, 작약이다. 초입에 있는 아이리스원은 이달 중순이면 꽃이 활짝 핀다. 초순부터 중순까지는 350종의 모란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뒤를 이어 100여종의 작약이 만개한다.

일본, 중국,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추리는 한택식물원의 초여름을 물들이는 꽃이다. 6월이면 120여종류의 원추리가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꽃 색깔도 노랑 진홍 주황 빨강 등 다양하다.

○ 재미난 꽃 이름 맞춰보기

산작약 앵초 등 1000여종의 자생식물이 있는 자연생태원 산책길.

가장 눈여겨볼 곳은 자연생태원. 1000여종에 달하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모아놓았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자연생태원은 언뜻 동네 뒷산과 다를 바가 없지만 자연 생태조건과 같은 환경을 만드느라 8년 동안 공을 들인 곳이다.

이곳은 식물원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관찰하는 것이 좋다. 같은 식물을 보더라도 설명을 들으면 보는 재미가 확실히 다르다. 어릴 적 동요로만 접했던 할미꽃도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다.

우산처럼 펴진 잎 속에 꽃이 숨어있는 개족도리는 아주 특이한 식물이다. 잎이 꽃을 가려 개미가 수정을 시키기 때문에 꽃도 고개를 숙여 땅을 쳐다보고 있다. 이름처럼 족도리를 쓴 모양이 재미있다.

괭이눈은 꽃잎의 크기가 2∼3mm에 불과하다. 꽃이 너무 작아 벌, 나비가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꽃이 필 즈음이면 초록빛이던 잎이 노랗게 변한다고 한다. 그것이 꽃인 줄 알고 왔던 벌과 나비들이 본래의 꽃을 찾아 수정한다니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보는 셈이다.

4월 중순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노란 꽃이 피어 개화기간이 가장 긴 매미꽃, 지름 1m에 가까운 이파리가 달려 있는 큰병풍쌈, 이파리가 치마처럼 둥그런 처녀치마, 꽃받침이 매의 발톱처럼 생긴 하늘매발톱…. 이름과 생김새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과 들을 다니는 서민들이 지었다는 꽃 이름, 식물 이름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 고산식물에서 남반구 식물까지

자연생태원을 벗어나 왼편으로 돌아 나오면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 오르면 한택식물원의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전망대 바로 밑 절벽에는 돌을 쌓고 돌틈에 식물을 옮겨 심은 월가든이 있고 그 앞에 암석원이 있다. 솜다리꽃 등 300종의 고산식물을 심어놓은 암석원은 표토층 밑에 배수로를 만들고 중간 중간 관목을 심어 고산식물이 자라기 쉽도록 그늘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남반구의 자생식물을 들여놓은 호주온실이나 한방 약용식물 300여종이 자라는 약용식물원도 둘러봄직하다. 길이 120m, 폭 8m의 초록빛 융단이 펼쳐진 잔디가든은 맨발로도 걸을 수 있다.

식물원을 돌며 4군데에서 도장을 찍어 가면 예쁜 엽서를 한 장씩 준다. 이달 말까지 ‘한택의 사계’ ‘사라져가는 희귀식물’ 사진전시회와 ‘도자기와 야생화의 만남’을 주제로 한 도자전시회, 압화전시회가 열린다. 또 매주 일요일 오후에는 자생식물 키우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일몰까지. 031-333-3558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2일 떠나볼까▼

1.한택식물원 도착(입장료 어른 주말 공휴일 8500원 주중 7000원, 청소년 6000원 5500원, 어린이 5000원4000원)→영상자료실 관람→아이리스원→원추리원

2.자연생태원 관람→전망대 조망→암석원→유리온실 관람

3.잔디가든 맨발산책→약용식물원 관람→모란작약원 감상→가든센터에서 꽃비빔밥 맛보기(1인분 9000원)→귀가


▼가볼 만한 식물원▼

▽홍릉수목원:13만2000평에 침엽수 관목원 등 9개 수목원과 수생 난대 약용 등 3개 식물원이 있다. 매주 일요일 개방.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소재. 02-961-2871

▽국립수목원:습지원, 관상수원 등 15개 전문 수목원 안에 2900여종의 식물을 볼 수 있다.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시험림 내. 수목원 보호를 위해 주말이나 공휴일은 개방하지 않는다. 예약 필요. 031-540-1030

▽아침고요수목원:한국 정원을 비롯해 야생화 정원, 아이리스정원 등에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경기 가평군 상면 행현리 소재. 031-584-6702

▽유명산 자생식물원:3만여평에 솔나리 등 자생 식물 400여종 50만여그루가 심어져 있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소재. 031-585-9643

▽한국자생식물원: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를 볼 수 있고 영상자료관에서 식물원의 사계를 감상할 수도 있다. 강원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소재. 033-332-7069

▽안산식물원:붓꽃 등 180여종 1만2000여그루를 전시한 중부식물원, 습지식물 등 200여종 1만7000여그루를 전시한 남부식물원이 있다. 경기 안산시 이동 성호공원 내. 031-481-3168

▽고운식물원:6만여평에 희귀식물을 비롯하여 1100여종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 군량리 소재. 041-943-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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