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반구대암각화 중재안도 ‘침수’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8분


울산시 ‘댐수위 낮추기’ 거부… 국보 보존-시민 편익 접점 없나

훼손에 신음해온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울산 울주군)의 보존문제를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빚어온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19일 국토해양부의 중재로 모처럼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울산시는 ‘물 부족과 수질 악화 우려’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며 중재안에 반대했다.

본보 12월 19일자 A21면 참조 ▶ 침수로 훼손 ‘반구대암각화’…국토부 “댐수위 일단 낮추자”

이날 회의는 1965년 댐 건설로 침수가 반복돼온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댐 수위를 낮추자는 문화재청과 이를 반대해온 울산시뿐 아니라 중재자로 나선 국토부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국토부가 내놓은 중재안을 협의했다. 이날 국토부는 암각화 보존을 위해 일단 댐 수위를 먼저 낮춘 뒤 우려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자는 안을 냈다.

이날 회의에서 울산시는 식수 공급의 중요성을 내세워 댐 수위를 낮추는 것에 반대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시로서는 시민에게 안정적인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댐의 실제 공급량을 근거로 “수위를 낮추더라도 최소 2, 3년은 물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위를 낮춘 뒤 울산시가 걱정하는 불편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에 국보를 보존하는 것이 시급한 책무라는 것이다.

“댐 운영권자인 국토부도 수위를 낮추는 게 달갑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일이라도 반구대암각화가 주저앉으면 누구든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해요. 더는 국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일단 수위를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한국 선사시대의 생활을 생생히 보여주는 세계적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는 울산시 소유가 아니라 국가 소유다. 울산시는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국보를 관리하는 책임자다. 울산시는 울산시민의 편익을 중요시해야 하지만 국보의 보존에도 책임이 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갈등 사이에서 ‘제3자’인 국토부가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강제성은 없다. 결국 공은 울산시에 넘어간 셈이다.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가 울산시만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보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보 보존과 울산시민의 편익이라는 두 가지 공익 목적을 합리적으로 달성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암각화의 훼손 정도로 볼 때 시간이 넉넉지 않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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