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지구기행/오키나와]홍길동이 꿈꾸던 이상향?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7시 31분


한없이 푸른 남국의 바다와 그 위로 떠가는 흰 구름. 오키나와 에서는 아직도 싱그러운 여름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사진은 부세나 테라스 앞 해중전망탑. 수심 5m까지 내려가 자연그대로의 물속을 볼 수 있다./오키나와〓이원홍기자
한없이 푸른 남국의 바다와 그 위로 떠가는 흰 구름. 오키나와 에서는 아직도 싱그러운 여름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사진은 부세나 테라스 앞 해중전망탑. 수심 5m까지 내려가 자연그대로의 물속을 볼 수 있다./오키나와〓이원홍기자

《한국은 한겨울로 들어서고 있지만 그 곳은 여전히 여름같았다. 짙푸른 바다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흰 구름. 한가로이 철썩이는 파도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부드러웠다. 일본열도 최남단 오키나와. 홍길동이 찾은 이상의 나라 율도국이 있었다는 섬. 그것이 사실이라면 홍길동은 왜 머나 먼 이 곳까지 찾아왔을까. 기후 때문이었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아열대 계절풍기후로 연평균 기온은 22.3도. 1년 내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이 곳 주민 평균수명은 81.2세. 일본 최장수지역이다.》

기후가 아니라면 외국인을 환대하는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오키나와는 17세기까지 류큐(琉球)왕국이라는 독립국가였다.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해상무역중심지였다. 이 곳 국왕은 주민들에게 일체의 무장을 금지했으며 외국인을 환대했다고 한다.

오키나와 전통식당에서 볼 수 있는 손님 맞이 전통 춤.

인천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 항공기가 오키나와에 도착한 것은 2시간 후. 섬은 위도 상으로 타이페이(타이완)와 거의 비슷했다. 아열대 식물이 우거진 해변에는 고급 리조트와 골프장이 줄지어 들어섰고 거리는 한가했다.

어느 곳이든 음식을 맛보면 그 곳의 삶을 읽을 수 있다. 공항 인근에 있는 식당 ‘요테이 나하’를 찾아갔다. 화려한 전통복장의 젊은 무희 두 명이 춤을 추었다. 해외귀빈을 맞는 환영의 춤이라고 했다. 이어 나온 줄줄이 날라져온 음식은 옛 궁중음식.바닷가재와 돼지고기 소면 등을 곁들여 ‘일본 본토식+중국식’의 혼합 음식처럼 느껴졌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돼지고기를 즐겨먹고 우리가 김치를 먹는 것처럼 ‘고야’라는 채소를 많이 먹는다. 음식은 대체로 자극적이지 않다. 음식도 이곳 주민들이 장수하는 비결의 하나인지 모른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오키나와 경승지는 ‘만좌모(萬座毛)’. 바닷가 수직 절벽이 장관이다. 류큐 왕국의 왕궁이었던 수리성과 특산물인 파인애플 농장, 아열대 식물원, 해양박물관 등도 관광코스 가운데 하나다. 해변 리조트에 묵는 신혼여행객은 수상스키와 스킨스쿠버 등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오키나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진 곳. 일본군은 미군에 맞서 지하벙커 속에서 옥쇄의 길을 택했다. 당시 화약과 죽음의 냄새가 가득했던 벙커들이 지금은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오키나와는 또 우리에게는 징용으로 끌려가 억울하게 희생된 1만여 동포의 고혼이 떠도는 슬픈 유적지이기도 하다. 당시 희생된 조선인의 유골을 수습한 자리에는 지금 위령탑이 서있고 그 앞에는 평화기념공원이 조성됐다.

17세기 초 일본에 의해 무력으로 복속돼 일본 땅이 되어버린 섬.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72년까지 27년 동안 미군정을 겪은 오키나와. 2000년에는 이 곳에서 세계평화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들의 회합인 G8정상회담이 열렸다. 카누차 골프리조트에는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오키나와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대통령 기념관인 ‘클린턴 하우스’를 세웠는데 이 또한 오키나와의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죽은 자가 평화를 강조하는 역설의 섬. 앞 선 이는 죽어갔지만 후손은 그 유적을 관광한다. 차이라면 서로 다른 때에 태어났다는 운명 뿐. 하지만 오카나와에 온 관광객들은 그 희생을 바탕으로 오늘을 남겨준 선대들에게 고개 숙여 묵념을 올리곤 한다.“뜻하지 않은 불행으로 이들은 이 곳에 왔고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우리는 이곳에 왔다…”고 한 관광객이 위령탑에 남긴 글귀를 보면서.오키나와〓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여행정보

△항공〓아시아나항공 주3회. 62만3400원. ①서울발은 수 목 일 ②오키나와발은 월 수 금△전통식당 요테이 나하(www.okinawakt.com/naha)〓전통요리5000엔부터. 098-868-5577

△컨트리클럽〓총 32개(정규코스 11개) ①부세나 CC〓바다 경관 라운딩. 평일 1만8000, 주말 2만5000엔(3월까지). 0980-53-6100 ②앗다 테라스 골프리조트〓바다 조망 및 숲속 코스. 평일 1만4000엔, 주말 2만1000엔. 098-967-8184

△숙박〓①부세나 테라스(www.terrace.co.jp)〓일본 수상이 묵고 간 최고급 리조트. 백사장 해변에 위치해 경관이 뛰어나다. 1박에 3만3000∼50만엔. 오두막 형태의 코티지(cottage)는 룸마다 전용 정원 및 야외 풀 설치. 9만∼50만엔. 0980-51-1333 ②나하 비치호텔(www.nahabeachsidehotel.com)〓저렴. 5500∼9000엔. 098-862-2300 ③호텔 에어 웨이〓조식 포함 6200엔. 098-864-0511 △해양레포츠〓부세나 테라스 인근 해변. ①패러슈트 세일링〓모터보트가 줄로 끄는 낙하산을 타고 해상 비행 즐기기. 7000엔 ②수중산책〓잠수복 차림으로 산호수중 걷기. 60분에 8000엔 ③스킨스쿠버 다이빙〓1만5000엔 ④스노클링〓4000엔 ⑤제트스키〓2000엔 ⑥바나나보트〓2000엔 ⑦수상스키〓4000엔. 문의는 부세나 테라스 0980-51-1333

●함께 떠나요

일본 여행 전문 마이니치투어(www.jptours.co.kr)의 허니문 패키지. 02-7777-822 △자유여행〓①부세나테라스 호텔+해양스포츠+나하시 자유여행(3박4일) 109만원 ②나하비치 사이드호텔(동급호텔)+관광(큐쿠 민속촌 만좌모 해양박물관 동남식물원 쇼핑센터·2박3일) 49만9000원 △골프여행(3박4일)〓부세나 테라스호텔+골프(앗다 테라스·부세나CC) 129만원.

부세나 테라스호텔 숙박 시 선택할 수 있는 투어도 다양하다. ①해양박물관∼파인애플공원∼네오파크 동물공원 ②만좌모∼동남식물공원∼큐쿠 민속촌텔(이상 한국인가이드 동행, 5300엔) ③히메유리 성∼슈리 성∼옥천동굴∼평화기념공원∼지하벙커(〃, 65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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