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聖 프란치스코의 무소유

  • 입력 2005년 1월 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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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을유년의 태양이 찬란하게 솟아올랐습니다. 살아있는 자만이 이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한 해를 받아 사용할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늘과 땅을 다스리시는 창조주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수많은 소원 성취를 기원합니다. 지난해가 사회적으로 어두웠고 암울하였으며, 개인적으로 삶의 갈등과 고뇌가 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화는 어디에 있습니까. 내적인 마음의 평화도 사회적 안정과 화목도 보이지 않습니다. 작고 조그만 축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크고 높은 것만을 찾는 욕망들이 도처에서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구상에 발을 디딘 지 100만 년이 넘었는데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인격과 양심만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항상 연마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명과 과학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지만 사람의 마음은 고도의 양심과 도덕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가 떠난 지 7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전 세계인으로부터 평화의 사도로 존경받는 아씨시의 성(聖) 프란치스코의 모습이 뇌리에 떠오릅니다. 그는 부유한 부모에게서 받은 물질적 풍요와 안락한 삶을 거부했습니다. 재산 상속권의 포기를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모든 소지품과 입고 있던 옷까지 내어주고는 알몸이 되어 진정한 자유인으로 다시 태어나 초라한 걸인으로 생애를 마감하였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그의 전부였습니다. 그는 또한 의식주, 대자연, 우주를 소유하지 않고도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그의 절대적 가난정신은 겸손, 단순함, 기쁨, 노동과 자선, 형제애로 이어졌습니다. 이기주의와 물질주의, 생태계 오염과 자연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시대에 인간과 자연에 대한 우주적 형제애를 부르짖고 실천한 프란치스코의 지혜와 삶이 요청됩니다. 하느님과 사람, 자연이 하나 되어 기쁨과 평화를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바로 나 자신의 몫입니다.

천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이용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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