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새삶회 회장 최영돈 ‘맑은 마음, 밝은 세상’

  • 입력 2004년 11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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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잘 사는 세상, 인정 넘치는 세상,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은 과연 우리에게 요원한 것인가. 상극과 투쟁이 끊이지 않는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며 언제나 상념에 잠긴다. 무엇이 과연 이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고 인정 넘치는 세상으로 인도해 줄 것인가.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아침 일찍 승용차로 출장을 가야 한다. 서울 시내를 빨리 빠져 나가려고 아침 일찍 서둘렀건만 ‘아차!’ 가져갈 물건 하나를 학교에 두고 왔다. 서둘러 학교에 들러 물건을 챙겨 서울을 빠져 나가려니 출근 시간이라 차가 밀린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전화가 왔다. 모두 모여서 나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도착할 것인가 묻는다. 30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하니 심기 불편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이때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대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나 겪게 되는 경계(境界·내 마음을 요란하고 어리석고 그르게 하는 환경과 대상)다.

나의 마음자리(心地)를 살펴본다. 나의 마음자리는 원래 요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경계를 따라 생길 수 있다. 원래 요란함이 없는 나의 마음자리가 그대로 있도록 하는 데 마음의 초점을 맞추고 운전하다보니 어느덧 평상심이 회복된다. 40분 늦게 도착했으나 어색함도 잠깐. 함께 모여 일을 하는데 맑고 밝고 훈훈한 기운이 방안에 가득하다. 앞으로는 좀더 빈틈없이 일을 챙겨서 공중사 진행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런데 경계(境界)가 있기 전보다 사람들이 더 다정해보이고 더 소중해보이고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내가 원래 요란함이 없는 나의 마음자리를 그대로 수호했기 때문이리라.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少太山 大宗師)님께서는 언제나 제자들에게 “정성과 정성을 다하여 항상 심지(心地)가 요란하지 않게 하며, 항상 심지가 어리석지 않게 하며, 심지가 그르지 않게 하라. 그러면 지옥 중생이라도 제도할 능력이 생기리라”고 말씀하셨다.

때문에 나는 경계를 대할 때마다 내 마음 작용을 살펴서 그것이 이 법문대로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내가 노력하지 않았건만 나의 주변이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에 대해 가슴 깊이 감사 올린다.

최영돈 원불교 새삶회 회장·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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