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규교수 웃음의 인생학④]치질을 핥더라도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00분


‘알랑방귀’, 속어로 아부고 아첨이다.

이(李) 무슨 대통령이 한강에서 낚시를 하다가 ‘푸우웅’하고 한방, 방귀를 발사했다.

“각하, 아주 시원하시겠습니다.”

옆에 시종하고 있던 어느 장관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알랑방귀를 뀌자 물 속의 붕어들은 구역질을 하고 풀숲의 벌레들은 토악질을 하더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첨소(諂笑), 곧 아첨하는 웃음은 한여름 농사일보다 더 힘겹다고 했는데 이 장관님 수고는 헤아리기 어렵다. 설마 지금이야 이런 일 없길 바라지만 누가 그 속을 알겠는가?

아첨(阿諂), 아유(阿諛), 아부(阿附)…. 이상하게 이웃 일본에선 보통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국어에선 그렇게 많이 흔하게 쓰이는데 어떻게 된 영문일까? 이 악덕은 한국인이 더 능하단 말인가?

아첨의 아(阿)는 구부정하게 굽었다는 뜻이다. 아유의 유(諛)는 허리를 감싸 안는다는 뜻이다. 허리를 굽히고 꿇어앉아서는 상대방 허리를 감싸안을 듯이 요사(妖邪)를 떠는 게 아부고 아첨이다. 거기다 비루(鄙陋)한 웃음을 띠면 간사, 교활, 비굴, 야비는 극에 이른다.

간 내 줄듯, 쓸개 잘라 줄듯 하면서 남의 간에 붙고 쓸개에 붙고 하는 인간 쭉정이 그게 아첨배(阿諂輩)다. 인간 미꾸라지, 인간 여우들이다. 섬기는 사람이라고 무턱대고 추종하면 그것도 아첨이다.

그런데 중국의 장자는 아첨을 아주 싫어했다. 웬 못난 녀석이 느닷없이 벼슬자리를 꿰차고 장자 앞에 나타났다. 공연히 으스댔다. 이 자는 집안도 별 볼 일 없었고 머리라곤 깡통이고 책이라곤 도통 무관했다. 돈이 있는 놈도 아니었다. 그런데 감투를 썼으니 장자가 말했다.

“자네 보나마나 고관의 지치했군!”

핥을 지에 치질 치. 차마 구려서 더 이상 글 쓰기도 힘겹다. 그러나 그 뒤로 아부를 ‘치질 핥기’라고 하게 되었다는 것만은 굳이 강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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