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강원도 정선의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마을’

  • 입력 2004년 7월 29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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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보탬도, 꾸밈도 없이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완벽한 자연. 첼리스트 도완녀씨는 그런 자연이 숨쉬는 강원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의 부수베리 계곡에서 돈연 스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메주 띄우고 된장 담그며 자연을 닮은 삶을 살고 있다. 정선=조성하기자
더도, 덜도, 보탬도, 꾸밈도 없이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완벽한 자연. 첼리스트 도완녀씨는 그런 자연이 숨쉬는 강원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의 부수베리 계곡에서 돈연 스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메주 띄우고 된장 담그며 자연을 닮은 삶을 살고 있다. 정선=조성하기자
물, 빛, 바람, 소리…. 이게 다 뭔가.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 아닌가.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보탬도, 덜어냄도, 덧붙임도, 떼어냄도 필요치 않은 자연. 그래서 흐르는 물 썩지 않고 빛 이기는 어둠이 없듯 세상 두루 어김없이 있는 그대로 있게 하는 자연의 섭리야말로 세상 가르침 가운데 으뜸이다.

5년 전. 두메산골로 이름난 강원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의 이름마저 희한한 부수베리 계곡에서 메주 띄워 된장 담가 아들딸 삼남매 낳고 산다는 ‘메주스님’ 돈연(58)과 첼리스트 도완녀씨(50)의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마을’을 찾았을 때. 나는 게서 자연을 닮은 삶이 어떤 것일지를 어설피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다섯, 넷, 세살이던 이 집의 삼남매는 옛날 외가댁의 강아지마냥 흙탕 속을 구르다 나온 듯한 모습으로 숲과 밭, 개울을 쏘다니며 마냥 즐겁게 뛰놀았고 씩씩하기가 육군신병훈련소의 훈련병 못잖은 도씨 역시 땡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무명 치마저고리의 소매 훌쩍 걷어붙인 채 굳은살 박인 손으로 온종일 메주 쑤고 된장 담갔다.

범어(梵語)로 구전된 부처님 말씀을 한글로 옮기는 한역(韓譯)으로 일가를 이룬 돈연 스님도 당시 경전번역은 잠시 뒤로 물린 채 출가 전 세속 시절의 농민운동가로 되돌아가 메주 쑤고 간장 뜨며 설치미술품을 방불케 하는 된장공장 장독대의 애들 키만한 항아리 1500여개를 해거름 없이 꼭꼭 채우는 ‘된장농사’에 열심이었다.

그리고 5년 후인 지난주. 장마 끝의 폭염 탓인지 모처럼의 망중한을 맞아 조용한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마을을 찾았다. 석가와 부처의 말씀을 구하는 보살의 이름을 따 그대로 이름 지은 여래 문수 보현 삼남매는 이제 열, 아홉, 여덟 살의 초등학생이 되었고 장독대의 된장독은 벌써 3000개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했다. 작고 아담했던 된장마을 앞개울은 지지난해 루사와 지난해 매미 등 거푸 이태나 몰아닥친 태풍으로 그 폭이 넓어져 이제 개울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는 계곡으로 변했다.

장독대 옆 공터에는 예산부족으로 창틀을 해 넣지 못해 벽이 휑하니 뚫린 너와집 한 채가 원두막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서니 계곡의 바람이 몽땅 예로 몰린 듯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뻥 뚫린 벽으로 계곡 바람 숭숭 드나들고 멍석 깔린 바닥에 서늘한 땅기운이 서린 덕분이리라.

그 앞 개울가에 ‘여래의 길’이라고 아이 이름을 붙여 둔 예쁜 오솔길 갖춘 송림에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온종일 숲 그늘 짙고 솔향기 상큼한 이 숲 한가운데 작은 쉼터가 들어선 것이다. 이 숲 속의 쉼터 앞에는 작은 무대도 있다. 숲을 어슬렁거리다 된장마을 앞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 농로를 따라 계곡을 오르내리는 차량을 보게 됐다. 2km쯤 상류에 있는 부수베리 계곡에서 몸 담그고 천렵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2년 전부터 서울에 경전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전문가를 초빙해 범어경전 한역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된장 담가 번 돈으로 경전번역을 계속해 온 스님의 이 말씀. 그러나 이제는 한역경전을 발간할 단계인데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워낙 큰 비용인지라 한계에 부닥친 상태라고 한다.

가목리에 들어온 이래 지난 12년간 첼로레슨을 일절 하지 않은 도씨. 그러나 딱 한 번 예외를 두었다. 삼남매가 다니는 학교(임계초등학교 도전분교)의 전교생 15명에게 첼로를 한 대씩 사주고 가르친 것. “매년 결혼기념일(7월 6일)에 된장마을에서 야외음악회를 열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이 아이들이 합주를 했어요. 동요 ‘나비야’의 단 두 소절을 반복한 것뿐이었는데 어떤 분은 무척 감명 깊은 연주였다고 했지요.”

이날 도씨는 삼남매와 함께 모처럼 부수베리 계곡을 찾았다. 부싯돌이 많이 나는 곳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계곡이다. 아이들은 수박 베어 먹으며 바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았고 도씨는 물골에 의자 놓고 게 앉아 첼로를 켰다. ‘그리운 금강산’의 유려한 멜로디가 굵직하면서도 청아한 첼로의 음색에 실려 퍼져 나가는 7월 땡볕의 부수베리 계곡.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첼로의 멜로디, 거기에 계곡 물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멋진 앙상블을 이뤘다. 잠자리도 그 소리에 취했는지 계곡에 몰려와 물위를 떠돈다. 자연속의 삶, 자연을 닮은 삶. 그것은 이리도 아름다웠다.

정선=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마을(www.mecell.co.kr) 찾아가기=영동고속도로∼강릉 나들목∼35번국도∼성산∼삽당령∼임계(사거리)∼42번국도(동해 방향)∼11km(‘백봉령 1km’이정표)∼우회전∼다리(도전1교)∼좌회전∼3km. △연락처=033-562-2710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축제(제4회)=다음달 1∼3일 된장마을의 소박한 자연을 무대로 열린다. 항아리 뚜껑에 밥과 반찬을 담고 개미취 이파리를 된장쌈장에 찍어 돈연 스님이 직접 키운 풋고추, 도씨가 끓여내는 구수한 된장국과 함께 하는 식사(점심만)도 사흘간 무료 제공한다. △프로그램=첼로의 숲(도씨의 숲속 첼로 연주회), 항아리 음악회(피아니스트 김도석씨와 성악의 어울림), 한방강좌(이은미 여성한의원장), 장수요리강습(심현숙씨), 바람속의 마술쇼, 맨발로 숲 속 걷기. 탤런트 김수미, 연극배우 박정자씨 등이 기증한 물건을 선물로 주는 보물찾기, 아이들이 진흙탕 속에서 마음껏 뒹굴고 놀 수 있는 흙놀이 공간(지도 차대완 교수)도 마련.

▼패키지 상품▼

다음달 1∼3일 매일 출발, 당일(2만5000원) 및 1박2일(13만5000원·7월 31일에도 출발) 두 가지. 1박2일 일정은 된장축제는 물론 태백 스카이호텔에 묵으며 태백시 ‘쿨 시네마 페스티벌(문화공연, 야외영화감상)에도 참가. 이튿날은 환선동굴(삼척시)과 촛대바위(동해시 추암 해변)를 관광한다.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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