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부부간 성격차이요?

  • 입력 2002년 3월 14일 15시 47분


Q : 서울 안암동의 김성일입니다. 최근 주말시간이 자유로운 곳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이전에 비해 주말시간이 자유로워지니 아내와 새로운 갈등이 생기더군요. 저는 주말을 집에서 뒹굴며 보내고 싶은데 아내는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하긴 매사에 그런 식이긴 합니다. 아내가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라면 저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편인 것 같아요. 이렇게 성격차이가 큰 부부가 주말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 성격차이라고요? 사실 성격차이처럼 쉽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용어는 없습니다. 공식적인 이혼사유의 대부분은 성격차이죠. 그러나 성격차이는 두 사람의 조화로운 결혼생활의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부부성격이 다 외향적이어서 안팎으로 나댄다면 집안이 온전하게 유지되겠어요? 성격차이란 심리학적 해석의 도구일 뿐 두 사람의 갈등을 정당화하는 도구는 아니라는 겁니다.

성일씨의 경우는 성격차이라기보다 생활패턴의 차이일 뿐입니다. 일주일 내내 바깥에서 일하는 성일씨는 주말에 집에서 편히 쉬고 싶고, 반대로 집안일로 정신없던 부인은 주말에 남편과 함께 바깥 바람 쐬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이번 주말에는 새로 시원하게 개통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온천욕을 다녀오시는 것이 어떨까요? 부인이 원하는 바깥 바람 쐬는 드라이브도 하고 성일씨가 원하는 뒹굴며 쉴 수 있는 주말도 될 겁니다. 또 분위기가 받쳐주면 가족탕에서 오랜만에 서로 때를 밀어주는 산뜻한 주말을 보내보시죠.

20, 30년 전 가족탕의 기능은 지금과는 좀 달랐어요. 할머니 엄마 고모들이 순서대로 빨랫감을 이고, 코흘리개 아이들 끌고 줄줄이 행렬이 요란했죠. 먼저 아이들 때부터 밀고, 욕탕물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며 밀린 빨래를 끝내면 집안일에 대한 여인들의 한풀이식 토론이 욕탕 안에서 이어지곤 했죠. 당시 가족탕은 가족 내의 갈등을 말 그대로 옷 벗고 해소할 수 있는 심리치료소였던 거죠. 발그레하게 상기된 뽀얀 얼굴로 돌아오던 얼굴들은 모두 행복했었습니다.

서양 온천도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았어요. ‘온천의 문화사’란 책을 보면 지친 영혼을 치료하던 성지순례의 기능을 온천이 이어받은 것이라고 하네요. 온천의 기능이 단순히 피부병, 신경통 치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거죠. 온천이 가지고 있는 심리치료적 효과는 서로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오래된 부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뜻한 물에 몸 담그고 서로 오래된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로 한나절 함께 보내는 주말은 성격차이뿐만 아니라 성적 차이까지도 해소해줄 겁니다.

www.leisure-stud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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