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놀이터에서 '세상'을 보여주세요

  • 입력 2002년 3월 7일 14시 30분


Q : 이번에 다섯살이 되는 주현이 엄마입니다. 주현이의 한글 배우는 것이 좀 빠른 편이에요. 또래의 다른 아이들처럼 놀기 보다는 책읽기, 한글쓰기를 즐깁니다. 성격이 내성적이긴 하지만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지금까지 외할머니가 주로 키워주셨어요. 집에서 혼자 놀아 앞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돼요. 어떤 놀이를 하면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A : 아마 주현이가 첫아이인 것 같군요. 경험이 없는 젊은 부모들에게는 아이의 미세한 행동 하나 하나가 자랑거리가 되죠. 주현이가 빨리 한글을 깨우친 것에 대한 엄마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 사실 아이들은 부모의 자랑을 먹고 자랍니다. 이전에 모 이동통신업체의 광고 중에 아이가 “빠빠” 하는 소리를 전화로 듣고 “아빠래”하며 자랑스러워 하던 아빠의 모습 기억하세요? 아이가 그냥 내는 소리를 의미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부모의 사랑은 아이의 성장을 이끌어 주는 원동력입니다.

사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자랑과 불안함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내가 아기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하는 불안이죠. 가끔은 불안으로 인해 습득한 엄마의 과도한 아동양육 지식이 아이와의 자연스러운 놀이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아동심리학 이론도 자녀의 성장에 대한 부모의 자연스러운 믿음과 사랑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주현이 어머니, 이유없이 스스로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엄마의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거든요. 주위의 둘째, 셋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보세요. 대부분 첫째 아이 때와는 달리 정말 아무 생각없이 키웁니다. 핵가족에서 아이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염려는 요즘 아동들의 정신질환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답니다.

쓸데없는 염려로 시간보내기 보다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으세요. 날이 풀리면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함께 해보세요. 모래놀이용 흙삽, 물통 등을 가지고 모랫바닥에서 함께 놀아주세요. 외할머니와 주로 집에만 있었던 주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밖에서 직접 흙을 가지고 노는 것을 정말 재미있어 할 겁니다. 집안의 플라스틱 장난감과는 다르게 자기 마음대로 사물을 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우리 일생에서 놀이터의 흙장난 이외에 자기 마음대로 대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진흙이나 모래 조차도 마음대로 갖고 놀지 못하며 자란다면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www.leisure-stud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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