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키워놨더니 저 잘난 체만…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6시 59분


전문직종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40대 중반의 김모씨. 그는 요즘 자주 좌절과 비애를 경험하곤 한다. 저 잘난 맛에 사는 몇몇 후배들 때문이다. 자기 분야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두기까지 그는 꽤 오래 노력하고 많은 열정을 쏟았다. 덕분에 일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이 더러 있었고, 그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가르쳤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그에게 일을 배워 독립한 후배들 중 몇몇이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아예 그의 존재조차 외면하는 일이 생겨난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요즘 제가 그 말을 실감하고 삽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못 따라오고 어설프기 짝이 없던 친구가 그나마 제 덕분에 서푼어치 배워가지고 독립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근사한 사무실을 내더니 마치 최고 전문가인양 행세를 하고 다니는 겁니다. 번드레한 겉모습에 혹하는 사람들 덕분에 돈도 꽤 번다는 소문입니다. 거기까진 참겠는데, 제가 정말 화가 나는 건 저한테 배운 게 하나도 없다고 떠들고 다닌다는 겁니다.”

울분이 생각보다 컸던지 그는 자신이 요즘 거의 피해망상 수준에 이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자기도 모르게 있는 대로 그 후배 욕을 하고 다니더라는 것이다. 그나마 친한 친구가 그 점을 지적해 줘서야 알았다면서 그는 씁쓸해 했다.

아마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의 심정이 어떨지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모르는 배은망덕한 인간’에 관한 얘기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씩은 풀어놓을 게 있는 법 아니던가.

그러나 사실은,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기억 못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어엿한 개구리가 된 다음에는 올챙이 때의 모습이 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심리적인 면에선 그렇단 얘기다. 심리적으로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부분은 무의식의 세계로 꼭꼭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난 네가 올챙이일 때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는데 넌 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잘난 체하느냐’고 해봐야 소용없는 것이다.

자신의 못난 과거는 누구라도 잊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걸 누군가가 자꾸 꼬집어 얘기하면, 얘기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서로 상처입기는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개구리 올챙이 적 모습’을 기억 못하는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의 그의 모습을 인정해 주어 보라. 그런 관용과 여유를 갖는 편이 남 보기에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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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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