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골랐습니다]선인들의 지혜 행간마다 묻어나

  • 입력 2003년 8월 22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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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세자인 양녕대군은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태종에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네가 비록 나이는 적지만 그래도 원자다. 언어와 거동이 어찌 절도가 없느냐?”

조선조 부왕과 왕세자의 겸상은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부러 겸상을 청해 아들의 숟가락질 하나까지 살피면서 군왕의 풍모를 쌓아 가는지 점검한 것입니다.

왕손에게 입히는 첫 배내옷은 무병장수한 사람의 무명옷을 얻어서 지었다고 합니다. 아프지 말고 잘 자라라는 기원도 담겨 있지만 평생 비단옷을 걸치고 살더라도 검소한 자세를 잊지 말라는 훈계를 담은 것이었답니다.

이번 주 ‘책의 향기’가 주목한 책 ‘조선의 왕세자교육’은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고 모질게 키운다는 묵은 지혜를 선인들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케 해줍니다.

책 읽는 사람 하나 없는 영국의 마을 헤이온와이에 헌책방을 차려 마침내 이 퇴락한 마을을 세계적인 책 명소로 만든 리처드 부스의 자서전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B2면)는 책벌레들을 흥분시킬 만합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청계천의 명물이었던 헌책방들이 청계천 복원과 함께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 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이 일깨워주는 분명한 사실은 부스씨가 세상물정 모르고 거꾸로 가는 돈키호테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창조적인 문화산업가라는 점이겠지요.

책의 향기팀 b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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