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로봇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 입력 2002년 10월 25일 17시 25분


‘로보 사피엔스: 명사(자동제어에 의해 움직이는 장치를 뜻하는 영어의 로봇과 인류를 뜻하는 라틴어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유래) 1. 순전히 생물학적인 인류보다는 훨씬 우월한 지능을 가진 인간과 로봇의 혼합종; 21세기에 출현하기 시작. 2. 지구를 중심으로 한 태양계의 지배적인 종족.(Microsoft Universal Dictionary, 2099)’.

1면에 머릿기사로 다룬 ‘로보 사피엔스’은 가상의 사전을 인용하면서 시작합니다. 전 지구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는 로봇개발을 짚어보면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본 이 책을 읽으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았던 로봇이 등장할 날이 우리 앞에 다가왔음이 조금은 실감납니다.

가장 원시적인 생물체가 포유동물로 진화하기까지 수십억년이 걸렸고 최초 포유동물의 후예가 석기시대에 진입하기까지는 수백만년이 걸렸답니다. 그러나 인간이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옮겨가는 데는 수천년으로 족했고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비행을 한 뒤 인간이 달 위를 거닐기까지는 66년이 경과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로보 사피엔스라는 단계로 이행하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요.

온 세상이 기계적 인간에 둘러싸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 심장박동기와 로봇 팔다리 등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희망의 영역. 그 사이에서 로봇은 오늘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만일 행운이 따라준다면 우리는 언제나 인간의 몫이었던 가난, 공포,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운이 따른다면 결국에 우리 자신을 파괴할 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이 여운을 남깁니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21세기를 지배하는 새로운 사조가 될 네트워크 과학을 소개한 ‘링크’(6면)는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입니다. 박테리아부터 국제적 거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은 네트워크이며 또한 눈부신 과학 혁명의 한 부분임을 경쾌하고 흥미롭게 그려냅니다. 로봇이든 네트워크든, 미래의 새물결은 이미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도 아는 만큼 두려움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고미석기자·출판팀장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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