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우즈책 사상 최고 금액 출판권 수입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1시 42분


외서 번역출간 판권료가 국내 출판 사상 처음으로 150만 달러(약 20억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책은 지난 7월 출간되어 9월부터 미국 서점에 배포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에세이 < 나는 어떻게 골프를 치나(How I Play Golf) > 입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 즉시 주요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그간 국내 출판계에서는 통상 판권료의 10배가 넘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한 국내 출판사가 어딘지에 대해서 그동안 무성한 추측이 있었습니다. 모 출판사다 아니다, IT업체라더라 아니다, 스포츠복권 발행회사라더라 등등 소문만 파다했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국내 판권 수입자는 스포츠신문 < 스포츠투데이 >와 패션잡지 < 엘르 > 등의 지주회사인 넥스트미디어홀딩스(회장 조희준)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조 회장은 지난 5월말 싱가폴에 있는 IMG 아시아지사장과 직접 만나 판권료 150만 달러에 전격적으로 이 책의 국내 출판권을 따낸 것이죠. 당시에는 국내 모 출판사가 약 10만 달러에 판권료 협상을 진행하던 상태였습니다. IMG측 역시 워낙 파격적인 금액이라 처음에는 놀랐다는 전언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빌 게이츠 <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나 잭 웰치 자서전 < 잭 월치 >(청림출판) 등 '대박'이 예상되는 외국책의 경우에도 판권료가 10만∼15만 달러가 공정가격임을 감안한다면 150만 달러가 얼마나 큰 금액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렵게 확인한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담당자는 "지난달 말 IMG로부터 계약서가 왔지만 아직 검토중"이라면서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확정된 바 없으며 국내 출판시가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만 말했습니다. 짐작컨데,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할 조 회장이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이라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담당자는 판권료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으나, 다른 경로로 취재한 IMG측의 전언은 150만 달러라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출판 매출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8배가 넘는 일본에서는 쇼오카쿠관 출판사가 우즈의 이 책을 75만 달러에 계약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약 16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우즈 책을 사들인 셈이죠.

판권료는 책 가격의 대략 10%에 상당하는 저작권료를 미리 지급하는 선인세를 말합니다. 판권료로 20억원을 줄 경우 책값을 2만원으로 매기더라도 최소한 100만부 이상을 판매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골프 인구를 최대으로 잡아 20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출판계에서는 이 책이 20만권 이상 팔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출판업계에서는 "선인세를 터무니없이 올려놓으면 다른 외서를 계약할 때도 가격만 올려놓아 번역출판만 힘들어진다"면서 이 거래에 대해 눈을 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넥스트미이더홀딩스도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파격적인 판권료로 우즈 책을 붙잡았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아마 우즈의 책을 기회로 세계 최대 스포츠마케팅회사인 IMG와 다른 사업 협력을 도모하거나, 우즈의 책을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고 전했습니다.

<윤정훈 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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