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지금 대학로엔 체호프가 산다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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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단막극 2편을 이어붙여 무대에 올리는 ‘청혼, 그리고 결혼 피로연’. 사진제공 극단 파크
체호프의 단막극 2편을 이어붙여 무대에 올리는 ‘청혼, 그리고 결혼 피로연’. 사진제공 극단 파크
체호프가 대학로에 온다.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연극 4편이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오르는 것. 죽은 지 100년이 다 된 지금에도, 대학로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작가 체호프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기회다. 체호프는 인간의 일상에 관심을 기울였던 소설가이자 극작가. ‘작가는 사실의 객관적인 증인’이라는 주장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극단 백수광부는 체호프의 장편 ‘벚나무 동산’을 상연 중. 백수광부는 ‘굿모닝? 체홉(1998)’ ‘세 자매(2001)’ 등을 통해 꾸준히 체호프에 관심을 가져온 극단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윤영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번역과 연출을 맡아 시적인 대사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윤 교수는 “소극장 연극답게 ‘속삭임의 황홀감’을 표현하는 체호프 연극의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호프는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애정을 표시한 작가”라며 “특히 체호프의 작품은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극단 파크는 체호프의 단막극 2편을 이어 장편 연극으로 만들었다. ‘청혼, 그리고 결혼 피로연’은 체호프의 단막극 ‘청혼’과 ‘결혼피로연’을 엮은 작품. ‘벚나무 동산’이 숙연한 분위기라면 ‘청혼, 그리고 결혼피로연’에서는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박광정 대표는 “체호프의 작품은 100년이 지났지만 낡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더욱이 배우들이 인물의 역할을 분석하고 배워나가는 데도 체호프의 작품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극단 유고자파드의 ‘갈매기’ 공연은 체호프를 배출한 본고장의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1979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유고자파드는 1984년 에든버러 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서울공연예술제 해외초청작인 ‘갈매기’는 ‘빛과 어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법의 연출가’라는 평을 받은 러시아 공훈예술가 벨라코비치가 연출한다.

이 밖에 극단 청년도 체호프의 희극 ‘곰’을 김성희 연출로 공연한다. 남편이 죽은 뒤 정조를 지키려한 젊은 과부와 여자를 기피하던 지주가 티격태격하다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체호프 원작의 연극들
제목일시 장소 관람료주요 내용
갈매기18∼20일 문예회관 예술극장 대극장. 토 7시반. 일, 월 2시, 7시반. 2만∼5만원.엇갈리는 사랑의 행로. 사랑에 버림받은 남자는 결국 자살을 택하고, 여자는 유랑을 떠난다. 02-766-0228
26일까지. 열린극장. 월∼금 7시반. 토, 일 4시반, 7시반. 7000원.서로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던 과부와 지주의 유쾌한 사랑. 02-743-6474
벚나무 동산11월5일까지. 대학로극장. 화∼목 7시반. 금, 토 3시. 7시반. 일 3시. 8000∼1만5000원.바뀐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의 영화에 빠져있는 귀족들. 무대를 단순화해 소극장의 매력을 살렸다.
02-813-1674
청혼, 그리고
결혼피로연
11월30일까지. 정보소극장. 화∼금 7시반. 토 4시반, 7시반. 일 4시반. 8000∼1만5000원.노총각 야치는 이웃 아가씨 나탈리아에게 청혼을 하지만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해 오히려 사이가 벌어지는데…. 02-743-7710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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