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맛있는 수다]깔끔한 참치회덮밥

  • 입력 2001년 8월 6일 13시 38분


깔끔한 일품요리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추운 겨울에야 보글보글 된장찌개나 김치를 송송 썰어넣은 김치찌개 하나면 밥 한그릇 뚝딱이지만 후텁지근한 여름엔 찌개 같은 것, 보기만 해도 더워서 싫습니다. 이 여름, 시원하고 깔끔하고 만들기도 쉬운 그런 요리는 없을까요?

얼마전 저랑 신랑은 저희 지역에 새로 생긴 대형할인매장에 쇼핑을 갔습니다. 회원가입비가 삼만원이나 하고 회원카드에 즉석 사진도 찍혀 나오는 (화장도 안하고 덜렁덜렁 간 덕분에 달덩이 같은 얼굴이 적나라하게 찍혀 나왔더군요…쩝…) 으리으리한 곳이었죠. 기존 할인매장의 서민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고품격 할인매장이랄까요? 하지만 ‘연회비가 삼만원이라니 몇 번이나 와야 본전을 뽑는 걸까?’ 제 머리 속은 복잡했습니다.

아무튼 그 곳에는 더위를 피해 쇼핑을 나온 수많은 커플들이 있었습니다. 전에 노총각 노처녀들한테 “결혼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었더니 “남편 /아내와 할인매장에 가서 쇼핑 카트가 가득차도록 쇼핑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결혼해서 하고 싶은 게 겨우 할인매장에서 쇼핑하는 거라니…너무 소박한 거 아냐? ’그랬었습니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사랑이 철철 넘치는’ 신혼부부처럼 무료 시식 코너에선 ‘자기야, 아~ 해봐!’해 가며 먹여도 주고, ‘자기…이거 사줄까? 자기한테 너무 어울려…’하며 닭살을 떠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겠죠. 하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카트가 엉켜버리는 주말의 할인매장에선 사랑이 피어나기가 좀 어려울 것 같더군요.

전투적으로 쇼핑을 하는 다른 가족들에게 뒤질세라 이것저것 담다 보니 제 카트는 순식간에 별별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쇼핑에 가속이 붙은 우리 신랑, 표범보다 날쌔게 뭔가를 들고 뛰어오더군요. ‘또 쓰잘데기 없는 거 들고 오면 가만 두지 않으리~’ 벼르고 있는데 우리 신랑이 내놓은 건 나박나박 썰어놓은 참치회 한 접시였습니다. 참치회,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이렇게 더울 땐 싱싱한 야채와 초고추장을 듬뿍 넣은 참치회덮밥이 딱인데…

참치회는 광어나 우럭에 비해 기름기가 많아서 두어 점 먹고 나면 좀 느끼하죠? 그렇지만 한두 점 김에 싸서 참기름을 찍어먹는 맛은 진짜 예술입니다. 또 싱싱한 야채와 폰즈 소스를 뿌려 참치회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구요, 입 안이 얼얼해지도록 초고추장을 듬뿍 넣은 회덮밥을 만들어 먹어도 너무너무 맛있구요.

게다가 이 더위에 지지고 볶느라 땀 뺄 일 없으니 이보다 고마울 수 있나요? 싱싱한 야채를 차가운 물에 씻고, 냉동 참치회를 넣어주니깐 만드는 내내 시원~하죠. 대신 밥도 식혀서 먹으면 좋아요. 아무리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갓 지은 쌀밥을 좋아하더라도 참아주세요. 그 뜨거운 밥 위에 참치와 야채를 얹으면 참치에선 물이 질질 나오고 야채는 숨이 다 죽어서 맛 하나도 없어요. 찬밥에 야채를 풍성하게 얹고 참치회를 예쁘게 장식한 회덮밥! 입맛 당깁니다.

***깔끔한 참치회덮밥 만들기 ***

재 료 : 냉동참치 200g, 상추, 깻잎, 양배추, 치커리 등 야채 적당량, 고추장 1큰술,

식초 반큰술, 설탕 반큰술, 깨 조금

만들기 : 1. 냉동참치는 사방 1cm 정도로 썰어져 있는 것을 준비한다.

2. 상추, 깻잎, 양배추, 치커리 등을 깨끗이 씻어 채썬다.

3. 고추장에 식초와 설탕, 깨를 넣어 초고추장을 만든다.

4. 찬밥에 야채를 듬뿍 얹고 참치회를 예쁘게 담아 낸다

(초고추장은 따로 담아내면 식성대로 먹기 좋겠죠?)

ps. 참치회덮밥 만들기도 귀찮다 싶으시면 그냥 초밥을 사다 드세요. 요즘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파는 초밥도 상당히 괜찮던데요. 예전엔 저도 일식집 상호가 얌전히 찍힌 네모진 봉투에 담긴 초밥만 취급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아무 거나 초밥이라면 다 주워먹습니다. 대신 일식집 봉투는 애지중지 합니다. 봉투 밑 면이 넓어서 집에서 반찬 얻어올 때 아주 유용하거든요. 인생이란 이렇게 용도변경하는 과정인가 봅니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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