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맛있는 수다]힘내라 힘! 제육볶음

  • 입력 2001년 7월 9일 19시 07분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가, 요즘은 밥맛도 없고 기력도 딸리는 느낌입니다. 아줌마들이 그런 말씀 잘 하시죠? “난 밥힘으로 버틴다”고요. 아, 정말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한끼만 거르면 금방 비실비실 힘이 딸리고 식은 땀이 줄줄 나니 말이죠. 이젠 다이어트고 뭐고 일단 배 속부터 든든히 채우는 게 제일입니다.

이럴 때 아저씨들은 보신탕이나 삼계탕 같은 보양요리를 찾아 드시지만, 아줌마들은 한푼이라두 아껴 보겠다고 그냥 참고 지내시는 것 같아요. 물론 피부미용에 좋다며 개고기를 쇠고기 먹듯 찾아먹고, 닭 한마리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해치우는 엽기 아줌마들도 계시겠지만요…

저로 말하자면 유난히 고기에 대해선 가리는 게 많아 개고기는 측은해서 못 먹고 닭고기는 징그러워서 못 먹는, 좀 괴팍한 입맛의 소유자랍니다. 그러다 보니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삼계탕을 뜯거나 들깨가루 팍팍 뿌린 보신탕을 먹는 건 꿈도 못 꾸고 ‘뭘 먹어야 힘이 좀 날까…’ 앉으나 서나 궁리하는 편이죠.

하지만 우리 신랑으로 말하자면 개고기고 닭고기고 없어서 못 먹는 육식성 남편이랍니다. 여름이면 종종 느끼한 웃음을 띠고 들어와 “음…나 오늘 좋은 거 먹었쥐…흐흐흐…”한답니다. 어쩌라구? 제가 “아니, 꼭 그런 걸 먹어야 힘이 나냐?”고 한소리하면 우리 신랑 왈 “나두 개고기, 닭고기 싫지만 다 너를 위해서 먹는 거다!” 라는군요. 참 자기가 좋아서 먹었으면 그렇다고 할 것이지 왜 얌전한 제 탓을 한답니까? 아무튼 그 ‘좋은 것’을 먹은 후 며칠은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는 게 힘이 나긴 나는 것도 같고…알다가도 모를 게 보양요리의 효능인 것 같습니다.

전 힘이 좀 딸린다 싶을 땐 제육볶음을 해먹어요. 돼지고기가 몸에 좋고, 영양가도 많다는 건 다 아실테죠? 하지만 돼지고기 특유의 요상한 냄새 때문에 자주 먹게 되진 않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요리는 딱 두 가지! 바삭바삭하게 구운 삼겹살과 고추장, 다진 마늘로 매콤하게 양념을 한 제육볶음이랍니다.

특히 제육볶음은 제가 자신있게 만드는 몇 가지 안되는 요리 중의 하나예요. 스크랩해 둔 레시피대로 양념장을 만들되 고추장과 다진 마늘을 한 큰술씩 더 넣으면 훨씬 매콤하고 칼칼한 제육볶음이 되더라구요.(이젠 응용도 한답니다! 의기양양…) 매운 제육볶음을 싱싱한 상추에 싸 먹으면 땀이 한 바가지 정도 나고 힘도 장난 아니게 나지요.

더운 날씨 때문에 요리하려고 가스렌지 앞에 서 있는 게 귀찮고 짜증나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부가 입맛 당기는 걸 해 먹어야할 것 같아요. 집의 안주인이 비실비실하면 가정이 비실비실해지는 것 아닌가요? 가족들 입맛만 맞추지 말고 좋아하는 것 해드세요. 그럼 별다른 보양요리 안 먹어도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껄요…

***hot &spicy 제육볶음***

재 료 : 돼지고기 500g, 양파 1개, 대파 1대, 간장 2큰술, 고추장 3큰술, 청주 2큰술, 설탕3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생강즙 1작은 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만들기:

1. 양파를 길이로 썰고 대파는 4cm길이로 썬다.

2. 양념장 재료를 섞는다

3. 돼지고기를 한 장씩 펴놓고 양념장을 발라서 잰다

4. 남은 양념장으로 야채를 재놓는다

5. 프라이팬을 달구어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고기를 굽는다

6. 고기를 구운 팬에 식용유를 약간 더 두르고 야채를 볶는다

ps. 오늘 영화 ‘슈렉’을 보고 왔습니다. 무지무지 재미있더군요… 특히나 슈렉이 홀로 우아하게 앉아 눈알요리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요…슈렉이 그렇게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어디 공주를 구할 힘이 있었겠어요? 하루하루 맛있게 먹고 즐겁게 일하는 것, 그게 슈렉과 저의 공통점이었습니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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