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맛있는 수다]까탈스러워도 맛은 좋은꽃게탕

  • 입력 2001년 5월 21일 17시 57분


꽃게의 계절, 꽃게탕이 먹고 싶어라~

토요일밤, 저는 신랑을 달래고 얼러서 대형할인매장에 갔습니다. 주말이라고 특별히 데이트를 한다는 건 꿈도 못꾸고 기껏 할인매장 한번 가기 위해 이렇게 비굴하게 온갖 애교까지 떨어야하나...참, 조수영 스타일 왕 구겨졌구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말의 복작복작한 할인매장은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더라구요.

어거지로 데려온 신랑 비위 맞추려고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코너에 갔습니다. '고등어나 한마리 사다가 내일 구워줘야겠다!'는 심산에서요. 그런데...! 우리 신랑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꽃게가 난리가 났더라구요. 요즘이 꽃게가 많이 나는 계절이라나? 아줌마들이 어찌나 찰싹 달라붙어 "꽃게, 꽃게" 하는지 저같이 얼띤 주부는 끼어들 틈도 없더라구요.

게다가 할인매장에 행차하신 프로 주부님들, 암게냐, 숫게냐를 확인하기 위해 게를 이리 뒤집어보고 저리 뒤집어 보고, 살았나 죽었나 확인하느라 쿡쿡 찔러도 보고...제가 꽃게라면 하루 온종일 쿡쿡 쑤셔대는 사람들 얄미워서 죽은 체 할 것 같은데, 생선코너에 나앉은 게들은 그마저도 포기했는지 백번 쑤셔대면 한두번 슬쩍 "나 살았다구..."하는 손짓(발짓?)을 하더라구요.

저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꽃게를 사다가 꽃게탕 한번 끓여봐?" 그런데 우리 신랑이 조용히 저를 잡아끌더군요. "괜히 사고치지 말고 저기 참치캔이나 더 사자!"라며...

사실 우리 신랑뿐 아니라 저도 게요리를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얼큰한 게찌개도 좋아하고 담백한 게찜도 좋아하고 간장게장이라면 미치지요. 그런데 게요리는 제 손으로 만들 엄두가 나질 않아요. 일단 게를 손질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 맘 편히 만들기가 어렵거든요. 물론 요즘은 생선코너 아저씨들이 게를 손질해주시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래? 오늘은 꽃게탕이다!" 하고 쉽게 준비할 메뉴는 아닌 것 같아요.

또 먹기는 얼마나 짜증나요? 게요리는 몰래 혼자만 먹어야지 어른들 앞에서 게를 먹으려면 정말 진땀 나지요. "후루룩 쩝쩝" 게살을 빨아먹고, "아그작 아그작" 게껍질을 발라가며 먹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고상함과는 담을 쌓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전 시댁에서 꽃게탕을 먹을 땐 그 먹음직스러운 게를 앞에 두고 국물만 먹을 때가 많답니다. 그 놈의 내숭 때문에...

***꽃게탕 만들기***

재 료 : 꽃게 2마리, 고추장 1/2큰술, 된장 2큰술, 두부 반모, 다진 마늘 1큰술, 쇠고기 50g, 숙주나물 50g, 양파 1/2개, 대파 1대

만들기 : 1. 게는 살아 있는 꽃게를 선택하여 솔로 문질러 깨끗이 씻은 후 딱지를 떼고 다리 쪽에 있는 너덜너덜한 것을 떼어 버리고 딱지는 두 세 쪽으로 자르고 다리도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친다.

2. 쇠고기를 납작납작하게 썬다.

3. 두부는 깍두기 크기로 썬다.

4. 양파는 납작납작하게 썬다

5. 숙주나물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6. 대파는 어슷어슷하게 놓는다.

7. 찌개 냄비에 샐러드유 1큰술을 넣고 뜨거위지면 쇠고기를 넣어 살짝 볶는다

8. 물 2컵 정도 붓고 한소끔 끓인 후에 양파와 된장, 고추장을 풀어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9. 쇠고기 맛이 구수하게 우러나면 게를 넣고 푹 끓인다

10. 사이사이에 두부, 대파, 다진마늘을 넣어 다시 한 번 끓여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ps.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꽃게탕을 끓인 적이 있더라구요. 결혼하자마자 집들이할 때 겁도 없이 게를 사다가 꽃게탕을 끓였더랬습니다. 맛은? 기억이 안납니다.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해물이 들어간 요리는 기본적으로 국물이 개운해서 별다른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비슷한 맛이 나니까요. 그러고보면 제 요리솜씨도 아주 빵점은 아니예요.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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