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그 여자의 10년이 궁금하다…가수 박선주 4집 컴백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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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기자
홍진환 기자
길고 짙은 인조 속눈썹, 헝클어져 내려 얼굴을 반쯤 가린 머리… 뇌쇄적이다 못해 퇴폐적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악수를 청한다. “안녕하세요. 뮤직 스타일리스트 박선주예요.”

16년 전 MBC 강변가요제에서 ‘귀로’를 부르던 여대생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1995년 3집 음반 ‘알파벳 수프’ 이후 10년 만에 발표하는 이번 새 앨범 ‘아포리즘(잠언)’에서 박선주(사진)는 20개의 사랑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지난 10년이 궁금했다. 데뷔곡 ‘귀로’나 1990년 발표한 ‘소중한 너’ 같은 노래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두려워 그녀는 1996년 미국 뉴욕으로 도망하듯 유학을 떠났다. 그로부터 6년 동안 그녀는 미국과 일본을 돌며 음악 공부를 했다.

“‘귀로’나 ‘소중한 너’도 제게는 멋진 곡이지만 너무 히트해서 억울했어요. 두 곡에 10년을 삐쳐서 앨범을 내지도 않았죠. 그러다 올해 초 중3 여학생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어요. 나얼 씨가 리메이크 한 ‘귀로’를 듣다가 제 원곡을 듣고 너무 좋아서 눈물을 흘렸대요. 그 순간 ‘내가 너무 팬들을 몰랐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9년을 참다가 1년을 바쳐 만든 4집은 잘 차려진 뷔페 같다. 발라드부터 일렉트로닉 음악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은 앨범 재킷에 그녀의 직업명은 ‘가수’가 아니라 ‘뮤직 스타일리스트’라고 적혀 있었다.

“단순히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것을 넘어 여러 가지 음악 스타일에 능통한 전문가라는 뜻이라고 할까요.”

이기적인 사랑을 다룬 발라드 곡 ‘마음을 베이다’나 불륜 관계의 여자가 느끼는 심정을 다룬 리듬 앤드 블루스 곡 ‘거짓말 그리고 S’ 등 20개 사랑 노래는 장르도, 얘기도 가지각색이다. 아름다운 사랑 얘기는 가수 김범수와의 듀엣곡 ‘남과 여’ 한 곡뿐이다. 애시드 재즈곡 ‘오버 더 레인보우’는 이 음반의 수작(秀作)이다.

“뉴욕 유학 시절 만난 게이 남자친구 얘기예요. 그 친구는 이성애자들에게 ‘너희는 사랑 자체가 아니라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만 중요하게 본다’고 말하곤 했죠.”

김범수, 서지원, ‘디바’, ‘베이비복스’ 등의 보컬 교사이기도 한 박선주.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새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로 활동을 시작하는 그녀는 “지금이 내 음악 생활 2기라 생각하고 앞으로는 많은 사람과 교감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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