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보기자의 이 한수]‘묘수’가 ‘자충수’ 될 뻔

  • 입력 2008년 5월 8일 03시 00분


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전 16강전

○ 구리 9단 ● 최철한 9단

23개에 달하는 백 (△)가 자체로는 살길이 없다. 백(구리 9단)의 구명줄은 백 (△)를 둘러싼 좌변 흑을 잡는 것. 장면도 백 1로 드디어 대마 사냥에 나섰다.

최철한 9단은 백 1을 보는 순간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손길로 흑 2를 두들겼다. 이 묘수로 흑을 별 탈 없이 살게 하면 이긴다고 확신했다. 인터넷 중계에서도, 국내 프로기사들의 검토에서도 이구동성으로 흑 2로 최 9단이 이겼다는 말이 나왔다.

구리 9단이 장고에 들어간 뒤 최 9단의 얼굴이 갑자기 파리해졌다. 그가 긴 시간을 들여 수십 개의 변화를 추적했으나 보지 못한 수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백을 잡았다고 봤는데 거꾸로 자신이 KO를 당하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최 9단이 간과했던 수는 참고도 백 1. 이처럼 밖에서 가만히 압박하는 것이 묘수였다. 백 25까지 흑이 살길이 없다.

그러나 다행이었다. 참고도 백 1은 최 9단 혼자만 알고 있었다. 고심하던 구리 9단은 실전도 백 1을 뒀다. 이는 최 9단이 알고 있던 그림. 십년감수한 최 9단은 흑 2로 이었고 10까지 너끈하게 살아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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