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따뜻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그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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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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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너머 그대에게/이주향 지음/272쪽·1만3000원·예담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미술관은 곤혹스럽다. 벽마다 가득 걸린 저 그림들, 다 봐줘야 할 것 같은데 실은 별 감흥도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으며 그림들을 스치듯 훑은 기억이 난다.

철학자 이주향이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 펴낸 이 책은 그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처한 사람들에게 친절한 안내서다.

책을 들춰 보자. 여기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그림이 있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벌거벗은 여성을 안고 입맞춤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지요? 저 그림의 남과 여, 한용운의 ‘님의 침묵’처럼 정말로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을 정열적인 키스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그런데 왜 여자만 알몸일까요?”

이렇게 궁금증을 유발해 사람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압축적이고 서정적인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풍성한 얘깃거리를 담고 있는 흥미로운 대상으로 그림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클림트의 ‘다나에’부터 뭉크의 ‘절규’,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까지 유명 서양화가의 작품 50여 점을 실었다. 소설가 김형경은 “이주향이 읽어주는 그림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자의 깊은 사유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에 감동하고, 저자의 목소리에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 배어 있다는 따스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책의 향기#문학 예술#그림 너머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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