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영웅없는 獨 스릴러, 현실감 높은 공포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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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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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빙켈만 ‘사라진 소녀들’ 저자 e메일 인터뷰

《독일 스릴러 소설 ‘사라진 소녀들’(뿔)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12일 출간한 이 책은 한 달여 만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4위, 소설 부문 2위(9월 둘째 주 집계)에 올랐다. 22일 현재 3만5000부가 판매되며 올 하반기 가장 눈에 띄는 외국 소설로 떠올랐다. ‘사라진 소녀들’은 저자 안드레아스 빙켈만(사진)의 국내 데뷔작. 실종된 시각장애인 소녀를 추적하는 여형사와 복싱 선수의 활약을 그렸다. 정신이상자인 범인의 심리 상태와 피해 소녀의 공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팽팽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며칠 전에야 제 소설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지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빙켈만은 2007년 ‘가위갈이의 노래’로 데뷔해 2009년 ‘깊은 숲 속 그리고 땅 밑’을 냈다. ‘사라진 소녀들’은 그의 세 번째 장편. 독일 언론은 그에게 ‘스릴러의 신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스릴러는 선과 악의 싸움이지요. 단순한 범죄 수사물이나 모험 소설에 비해 스릴러는 악의 심연까지 파고들 수 있고 악의 실제 모습, 즉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국내에서도 독일 스릴러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30만 부를 넘겼고 그의 또 다른 작품 ‘너무 친한 친구들’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그에게 독일 스릴러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얼마 전까지 독일에서도 주로 영미권 추리 스릴러가 시장을 거의 독식했어요. 최근 들어 좋은 독일 작가들이 많이 나와 영미권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겁니다. 영미권에 비해 독일 스릴러는 훨씬 현실적인 점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존재하기 힘든 영웅보다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보통 사람들을 내세워 현실감을 높인 게 강점이죠.”

독일 스릴러 소설인 ‘사라진 소녀들’은 시각장애인인 소녀의 실종과 감금, 탈출을 긴박하게 그려냈다. 뿔 제공
독일 스릴러 소설인 ‘사라진 소녀들’은 시각장애인인 소녀의 실종과 감금, 탈출을 긴박하게 그려냈다. 뿔 제공
‘사라진 소녀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부 독자들의 불평도 있다. 소설 중반에 범인이 밝혀져 맥이 빠진다는 것. 가장 극적인 순간을 소설 중간에 배치한 까닭이 궁금했다.

“제가 만약 범죄 수사물을 썼는데 범인을 초반에 노출시켰다면 제 실수겠지요. 하지만 제가 쓴 것은 스릴러 소설입니다. 오히려 범인을 일찍 노출시켜 독자들이 범인의 정신세계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그의 행동을 함께 좇으면서 무서운 이야기에 동참했으면 했던 게 제 생각입니다.”

‘사라진 소녀들’이 10개국에 판권이 팔릴 정도로 유명한 작가가 됐지만 그도 긴 무명시절을 거쳤다. 택시운전사, 보험판매원, 체육교사, 군인 등의 직업을 거치며 10년간의 습작기를 보냈다. “하루아침에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게 신조라는 그는 밤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집필할 때는 실제 밤늦게 작업할 정도로 철저히 작품에 몰두한다.

그의 신작 ‘창백한 죽음’은 다음 달 17일 독일에서 출간된다. 소녀들의 살인과 실종 사건을 다룬 스릴러다.

또 내년 말 출간을 목표로 이미 새 소설의 집필에 들어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한국에 있는 누군가가 제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다른 작품으로 또 뵙기를 기대합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獨 스릴러의 매력
이민자 등 사회적 이슈 초점… 퍼즐 조각 맞추듯 사건 풀어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독일인들은 왜 스릴러 소설에 열광할까.

독일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은 1년이 넘도록 스릴러 소설들이 점령하고 있다. 국내 독자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사라진 소녀들’ 등 독일 작가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뵈 등 북유럽 작가들의 스릴러들도 그칠 줄 모르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스릴러 소설은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는 독일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로 꼽힌다. 전직 택시 기사부터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변호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력의 스릴러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 스릴러 소설은 대중적인 사랑과 폭넓은 작가군을 바탕으로 이민자 문제, 환경, 사이코패스, 성도착증, 범죄자 처벌을 둘러싼 논란 등 사회적 이슈들을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한층 자극적인 소재와 방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추구하는 세계 독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져 최근 독일 스릴러가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특히 독일 스릴러는 무의식에 대한 진지한 탐구, 치밀한 심리 게임, 그리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사건의 연결 고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영미권 스릴러와는 차이가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퍼즐 조각 맞추기 게임을 하듯 조심스럽게 사건을 예측해 나가며 이중 장치를 통해 복잡하게 엮어 놓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독일 스릴러의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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