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스웨덴 복지 모델 세금 고통 ‘가구왕국’마저 등돌려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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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뤼디거 율블루트 지음·배인섭 옮김/359쪽·1만2000원·미래의 창

‘스웨덴 가구왕국의 상상초월 스토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17세에 이케아라는 가구회사를 세워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천부적인 사업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점에서는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책이다. 성공한 기업가를 소재로 한 책은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정한 것은 스웨덴 회사이기 때문이다. 왜 스웨덴인가.

노무현 정권의 누군가는 “스웨덴을 배워 큰 정부를 유지하면서 복지 중심의 대국민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스웨덴 좌파가 선거에서 패하고 중도우파가 정권을 잡자 ‘스웨덴 국민도 포기한 복지모델’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기왕의 논쟁은 거시적이고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그렇다면 스웨덴 기업의 눈을 통해 본 스웨덴 복지모델은 어떤 것일까.

스웨덴은 187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성장과 번영의 시대를 구가했다. ‘유럽 16위’의 못살던 나라가 1950년대에는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된다.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발전의 시기였다. 오늘날 유명한 스웨덴 기업들의 기초가 이때 만들어졌다.

1946년 사회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육아비 주거보조금 의료보험 노년연금 등이 도입됐다. 이케아는 1943년 직업학교 학생이던 잉바르 캄프라드의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사회민주당 정권은 복지정책의 하나로 신도시 건설과 주택 공급에 주력했다. 이케아는 이 바람을 타고 저가의 조립가구로 급성장했다. 캄프라드는 가구업계의 이단아였다. 기존의 가구업자들은 그와 거래하기를 거부했고 그는 당시 공산국가였던 폴란드까지 가서 가구를 만들어 왔다.

사회민주당 좌파정권 아래에서의 기업 활동은 어려웠다. 이케아의 주인도 그랬다. 새로운 매장을 스웨덴보다 기업 활동이 자유로운 스위스에 냈다. 스웨덴 세법에 따르면 전체 유산의 35%만을 상속자가 받을 수 있었다. 재산의 65%는 세금이었다. 이케아라는 회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본 캄프라드는 아예 이웃 덴마크로 이주했다. 일종의 세금 도피였다.

과도한 세금에 항의하던 국민은 1976년 사회민주당 정권을 버렸다. 그러나 우왕좌왕하던 중도우파 정권은 1982년 다시 좌파에 정권을 내줬다. 이미 1970년대 이후부터 세금폭탄을 피해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면서 스웨덴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마침내 1990년대 초 스웨덴은 경제위기를 겪는다. 1960년대에 세계 3위였던 순위는 20위까지 떨어졌다.

덴마크에서 다시 스위스로 이주했던 이케아의 주인은 최종 정착지로 네덜란드를 선택한다. 왜일까. 그러고 나서 중국 러시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한다.

박영균 편집국 부국장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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