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세계 수준의 한국 기업에 도전한다'

  • 입력 2003년 10월 3일 17시 43분


코멘트
◇세계 수준의 한국 기업에 도전한다/박철순 수만트라 고샬 지음 /397쪽 1만8000원 21세기북스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에 만연한 고정관념 중의 하나는 미국식 경영으로 대표되는 앵글로색슨 경영방식에 대한 맹목적 동경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미명하에 다양한 서구식 경영기법들이 무차별적으로 도입되고 각종 매체와 컨설팅 기관, 심지어 학계까지도 앵글로색슨 경영방식의 채택을 강요해왔다.

물론 이런 시도가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들도 지적했듯이 앵글로색슨 경영기법만으로는 우리 기업의 본질적인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 게다가 앵글로색슨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가장 적합한 경영기법을 활용해 비앵글로색슨 기업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저자들은 각국의 기업이 속한 사회적, 제도적 환경과 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앵글로색슨 경영방식보다 우수한 고유의 경영방식을 찾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1부는 서론에 해당되는 대목이고 다음으로 전략, 조직, 경영자 관점에서 핵심 과제들을 다루고 있다. 전략 측면에서 저자들은 거북에 해당하는 한국 기업이 토끼에 해당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이 추구했던 모방(me-too) 전략으로는 일류 기업을 따라 잡을 수 없다. 특정 산업에서 통용되는 전략과 다르고 동시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캐논, 스웨덴의 IKEA 등은 복사기와 가구산업에서 혁신적인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조직의 측면에서는 다양성과 통합성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유럽의 ABB나 루프트한자 등은 거대 기업이면서도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자율적인 소규모 사업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운영 방식은 사업부에 독립적인 권한을 주어 사업을 전개하는 속도를 높이면서도 개별 사업부의 역량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끝으로 저자들은 경영자의 역할과 임무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예컨대 일선경영자는 주어진 과업을 단순히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전적인 기업가가 되어야 하며 중간경영자는 일선 부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코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는 자신이 모든 것을 직접 진두지휘하기보다는 일선 부서가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원칙과 규범을 제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앵글로색슨 경영 방식과의 차별성 및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단순한 모방만으로는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는 저자들의 충고는 새겨볼 만하다.

저자 박철순 서울대 교수는 1996년 아시아 학자로는 처음 세계적인 경영학 권위지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의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인물.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또 다른 저자인 수만트라 고샬은 런던 경영대학원의 전략 및 국제 경영분야 교수이자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인도 비즈니스 스쿨의 초대 학장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경영학 dhlee67@pops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