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푸치니 '투란도트' 200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 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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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투란도트’

200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듣는 사람들은 마지막 부분에서 사랑에 처음 눈뜬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왕자의 2중창을 듣고 예외 없이 불만을 나타낸다. 매력 있는 멜로디도, 절절한 감정 표현도 드러나지 않기 때문. 푸치니가 이 작품의 작곡 도중 눈을 감자 제자인 프랑코 알파노가 작품 초연에 맞춰 서둘러 끝부분을 마무리한 탓이었다.

결국 작곡가의 사후 74년 만인 1998년 이탈리아의 현대 작곡가인 루치아노 베리오가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이 새로운 악보는 2001년 마침내 완성돼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TDK사가 발매한 이 DVD에는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에 이어 이 작품을 선보인 2002년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 실황이 담겨있다. 테너 요한 보타가 칼라프 역을, 소프라노 가브리엘레 쉬노트가 투란도트 역을,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갈라르도도마스가 제2의 프리마돈나인 리우 역을 맡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금까지의 ‘투란도트’가 황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합창단의 장엄한 합창으로 막을 내렸던 데 비해 새 악보는 15분이 넘게 흐르는 최약주(最弱主)로 불꽃이 사그라지듯이 끝난다는 점.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공주와 왕자의 2중창은 이번에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이 공연에서는 연출가 데이비드 파운트니의 파격적 연출이 화제를 모았다. 몇몇 출연진은 처음 손에 가위 톱 등을 장착한 ‘반(半)’인조인간으로 나오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초월적 존재에서 인간의 세계로 내려오는 투란도트 공주의 내면을 형상화한 듯하다. 등장인물의 이 같은 기계적 이미지는 ‘의지 없이 명령에 복종만 하는’ 존재로 그려진 군중과 잘 어울려 작품의 상승효과를 낸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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