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박학기 "아름다운 중년을 위하여"…선율-보컬 빼어나

  • 입력 2002년 3월 28일 17시 31분


가수 박학기(39)가 ‘포크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있다.

4년만에 발표한 새 음반 ‘레미니스올드 앤 뉴(Reminisce Old & New)’가 방송사 음악 PD들의 호평과 더불어 잔잔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음악 PD들은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와 어쿠스틱 기타로 꾸며진 포크의 선율이 아름답고 보컬이 빼어나다”며 “강한 리듬에 보컬과 멜로디가 묻히는 요즘 노래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대중의 반응은 아직 도드라지지 않은 편. 그러나 음반을 구입한 옛 팬들은 “역시 박학기다. 오랜만에 들을만한 포크 송이 나왔다”며 5월 라이브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음반은 한달여만에 2만장 선을 넘어서며 중견 가수로는 만만찮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새 음반에는 그동안 박학기가 발표했던 18곡과 신곡 3곡을 담았다. 타이틀곡이자 신곡인 ‘다시 계절이’로 마흔을 앞둔 중년의 노래다. 작년 겨울 고교 동창회, 벗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가슴속으로 밀려오는 지난 날에 대한 추상을 맑은 미성에 담았다.

“친구들이 모이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으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더라구요. 그렇지만 그런 인생이 얼마나 될까요. 그날 밤 내내 밀려오는 막연한 상실감이란….”

‘다시 계절이’의 가사가 중년 팬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이런 느낌 때문. 그러나 중년 팬들은 가요 음반 구입에 인색해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학기는 “대중적 인기보다 내 맘속에서 끌어올린 감정을 노래하고 발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노래는 또 이경영 하희라 주연의 영화 ‘몽중인’의 주제가다. 특히 박학기는 막역한 사이인 이경영의 권유로 이 영화에서 3류 가수로도 나온다. 그의 딸 정연양(5)도 단역으로 나오므로 부녀가 동시에 스크린 데뷔를 한 셈.

박학기는 1989년 데뷔곡 ‘향기로운 추억’으로 크게 성공했으나 이후 98년 6집까지 주춤했던 가수. 그러나 특유의 포크 음악 세계를 가다듬으며 라이브 공연을 펼쳐 왔고 ‘유리상자’ 등 많은 후배들에게 노래를 만들어주면서 가수들 사이에선 ‘의리파’로 통한다.

2장의 CD로 나온 새 음반에 박학기에게 음악적 빚을 진 후배들이 듀엣으로 대거 참여한 것도 그런 이유다. 성시경은 ‘그대 창가로 눈부신 아침이’에, 조규만은 ‘날 사랑했다면’에서 박학기와 호흡을 주고 받았고 ‘아름다운 세상’은 박학기와 후배 가수들이 합창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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