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48>豆(콩 두)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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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豆(대두)에서처럼 豆가 지금은 ‘콩’의 의미로 주로 쓰이지만 원래는 곡식이나 음식을 담는 굽 높은 祭器(제기)를 그렸다.

콩은 원래 넝쿨과 깍지를 그린 x(콩 숙, 叔의 본래 글자)으로 썼으나 이후 ‘아재비’로 가차되자 菽(콩 숙)으로 분화했다. 한편 豆에 콩을 주로 담았던 때문이지, 한나라 이후로 ‘콩’을 지칭할 때 菽 대신 豆가 주로 쓰였고, 그러자 원래의 굽 달린 제기는 木(나무 목)을 더한 두(나무그릇 두)로 분화했다.

그래서 豆에는 원래의 ‘제기’와 이후의 ‘콩’이라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 먼저 登(오를 등), 頭(머리 두) 등은 제기를 뜻한다. 登은 豆와 두 발(발·발)로 구성되어 제기(豆)에 제물을 담아 앞으로 나가는(발) 모습을, 등(제기 이름 등)은 손(又·우)으로 고기(肉·月·육)를 제기(豆)에 담아 제사상에 올리는 모습이다. 또 頭는 사람의 가장 높은(豆) 부분에 위치하는 머리(頁·혈)를, 短(짧을 단)은 화살(矢·시)보다 제기(豆)의 키가 ‘낮음’을 말한다.

둘째, 강(광저기 강), 豌(완두 완), 시(메주 시) 등은 ‘콩’의 의미로 쓰였다. 또 콩알처럼 ‘작음’을 상징하여, 逗(머무를 두)는 가는 것(착·쉬엄쉬엄 갈 착)을 잠시(豆) 멈추어 쉬는 것을, 痘(천연두 두)는 피부에 작은(豆) 점들이 생기는 병((녁,역)·녁)을 말한다.

하지만, 豆는 아래로 받침대가 놓이고 위로 술 같은 장식물이 달린 ‘북((·주)’과 닮아 혼용되기도 했는데, 豈(어찌 기), 풍(豊·풍성할 풍) 등이 그러하다. 豈는 원래 받침대가 있는 술 달린 북을 그려, 군사들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凱旋·개선) 때 흥겨움에 겨워 연주하는 음악을 뜻했다. 이후 발음부인 궤(안석 궤)가 더해져 凱(즐길 개)가 되었는데, 鎧(갑옷 개)와 愷(즐거울 개)도 여기서 파생했다. 풍은 신에게 올리는 玉(옥)과 음악(豆)으로 구성되어 제례의 ‘성대함’을 그렸다.

나머지, 壹(한 일)의 豆는 호리병의 두루마리 발(卷足·권족)과 볼록한 몸통 부분이 변한 것으로, 사실은 豆나 (와 전혀 관계없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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