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논리학 실험실

  • 입력 2008년 9월 20일 02시 59분


◇논리학 실험실/후쿠자와 가즈요시 지음·김규한 옮김/208쪽·9500원·바다출판사(고교생)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한다. “지동설이 틀리고 천동설이 맞다는 보고서가 ‘네이처’에 실렸어요.” 학생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지만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가 시속 1570km임을 깨닫고는 이렇게 말한다. “음속보다 빠른 속도인데 지구가 그렇게 빨리 움직인다면 우리가 땅 위에 서 있을 수 없잖아. 역시 천동설이 옳은가 봐요.”

우리는 지구의 자전을 지극히 당연한 과학적 사실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전의 타당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일본 와세다대 문학부 학술원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누리는 생활과 정보 대부분은 과학 행위로 얻어진 결과지만 그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에는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과학적 사고 과정을 일상 대화, 신문 기사 같은 사례로 소개했다. 등장인물의 이름만 우리 식으로 살짝 바꿨다.

근거와 논거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는 방법, 이 가설에 따라 추론과 실험을 거쳐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내고 결론을 분석, 검증하는 기술 등 ‘들어봤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논증 논거 근거 추론 가설 연역 귀납 반증 같은 논리학의 과정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책의 대화 중 한 토막. 영철이는 “요즘 ‘두뇌 트레이닝’이 유행”이라며 “이런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대부분 옛날식 계산문제일 뿐인데 ‘두뇌 트레이닝’이라는 말에 걸려들면 어쩐지 두뇌를 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얘기를 들은 창수가 “그래서 인간은 역시 말에 약하지”라고 말한다.

영철이의 말이 추론의 근거이고 창수의 말이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결론이다. 이것이 논리적 사고의 가장 기초적인 과정인 논증이다.

그러나 근거와 그에 따른 결론이 나왔다고 모두 생산적 논증은 아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다. 따라서 독신이다”라는 논증은 근거에서 더 나아간 새로운 사실이 결론에서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사실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논거다.

영철이는 축구를 2년 했고 창수는 축구를 10년 했다. 영철이는 자신보다 창수가 축구를 잘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는 스포츠를 오래할수록 숙련도가 높아진다는 논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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