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가난한 마을 ‘사랑’이 살고 있었네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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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제공 사계절
그림 제공 사계절
중국에서 ‘3대가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작가’로 유명한 차오원쉬엔. 국내에도 그의 작품 ‘빨간 기와’가 청소년소설 스테디셀러로 꼽힐 만큼 잘 알려졌다. “나는 추억에 기대어 쓰는 작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정도로,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농촌을 배경으로 한 따뜻한 성장소설을 써 왔다.

‘청동 해바라기’도 보리밭 마을에서 성장통을 겪으면서 자라나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다. 서사가 강한 중국 소설답게 무엇보다 잘 읽히면서, 서정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보리밭 마을 건너편 갈대숲에 도시 사람들이 몰려왔다. 건물을 세우고, 농사일을 더 잘하겠다고 회의를 하고, 강가에 그득한 물고기를 양식하겠다고 나선다. 그러잖아도 모든 게 신기해 보이는 보리밭 아이들의 눈을 끄는 것은 아빠와 둘이서 사는 ‘해바라기’라는 소녀.

이야기는 해바라기가 아빠를 잃으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졸지에 고아가 된 해바라기를 누군가 맡아 줘야 하는데, 모두들 아이를 어여뻐하면서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작가는 보리밭 마을의 가난한 식구가 해바라기에게 마음이 가는 장면을 따뜻하게 묘사한다. 뜬금없이 새 이불을 꺼내는 엄마, 자꾸 해바라기가 머리에 떠오르는 할머니, 강 한복판 다리 기둥에 올라가서 꿈쩍도 않고 앉아 있는 아들 청동…. 순했던 소마저 말 안 듣는 장면은 웃음이 나오면서도 애틋하다.

가난한 집에 입이 하나 더 늘었으니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을까. 당장 학교 보내는 게 큰일이다. 청동과 해바라기를 둘 다 보낼 수 없어 고민하던 차, 청동은 해바라기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수를 쓴다. 말 못하는 청동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고 싶다는 가족의 바람은, 해바라기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청동에게 전해주면서 이루어진다.

가난이라는 큰 짐이 있지만 서로 도우면서, 우애를 나누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읽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마을 사람들 앞에서 청동이 ‘나는 보리밭 마을의 청동입니다’라는 문장을 쓰는 장면은 이 소설의 절정이다.

촌스러운 이야기인 듯한 선입관을 갖기 쉽지만, 책을 덮으면 마음에 촉촉하게 스미는 감동에 젖게 된다. 악한 사람 하나 나오지 않는 소설이 이렇게 흥미롭게 읽힐 수 있다니, 중국 소설의 ‘이야기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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