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방]'유레카'…페니실린, 우연이 만들어낸 기적

  • 입력 2003년 3월 2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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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가/레슬리 앨런 지음 박영준·이동수 옮김/316쪽 1만3000원 생각의 나무

항생제의 대명사 ‘페니실린’이라고 하면 흔히 영국의 의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서 항생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추출해냈습니다.

그러나 페니실린을 약품으로 개발해 대량 생산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하워드 플로리와 에른스트 체인은 플레밍의 연구를 이어받아 ‘약품’ 페니실린을 만들어냈고 이 공로로 플레밍과 함께 1945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플레밍만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플레밍의 작업이 너무 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연의 연속이 만들어낸 기적, 그것이 페니실린 탄생의 시작입니다.

1928년 여름 포도상구균을 연구하던 플레밍은 휴가를 떠납니다. 세균 배양균을 접시에 넣어둔 플레밍은 실험실 문을 약간 열어둔 채 연구실을 비웠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플레밍의 아래층에는 세균학자 라 투체가 곰팡이의 변종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고, 그 역시 실험실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아래층의 곰팡이 포자가 위층으로 날아갔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플레밍은 배양 접시가 곰팡이로 오염된 것을 발견합니다. 못쓰게 된 배양 접시를 버리던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이 푸른곰팡이가 있는 부분에서만 자라지 못한 것을 알아챕니다. 곧바로 이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 플레밍은 결국 페니실린을 발견합니다. 플레밍의 ‘유레카’ 순간입니다. “찾았다”라는 뜻의 유레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영감을 얻은 순간 외친 탄성입니다.

이 책은 과학사에 남을 만한 사건의 이야기입니다. 플레밍을 비롯한 과학자 12명의 ‘유레카’ 순간을 담았습니다.

참, 플레밍의 이야기에서 빠뜨린 부분이 있네요. 플레밍의 배양 접시에 푸른곰팡이가 자란 것은 분명 우연입니다. 그러나 플레밍에게 그 의미를 알아낼 통찰력이 없었다면 그 우연은 인류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플레밍은 이런 말을 했다는군요.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일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지식을 갖추고 스스로 준비하라.”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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