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방]토지

  • 입력 2003년 1월 10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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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전12권)

박경리 지음/각권 180쪽 내외/각권 8000원/이룸

집필기간 26년, 원고지 3만여장,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까지 한반도와 만주, 일본 도쿄를 아우르며 펼쳐지는 서사구조, 700여명에 달하는 등장인물. 박경리의 ‘토지’는 이렇듯 웅장하다.

일제강점기, 그 핍박과 억압의 시기를 박경리는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싶다. 단지 그뿐이 아니다. ‘인류와 이 세상에 생을 받아 나온 모든 생명의 삶의 부조리, 그것에 대응하여 살아남는 모습, 존재의 본질적 추구를 같이 생각해 보자는 것’(머리말)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문학평론가 박철화는 “‘토지’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각자의 운명을 인식하고, 동시에 그 운명과 맞서 싸우는 생의 강인함”이라고 말한다.

원작 ‘토지’를 재구성한 ‘청소년 토지’는 초등학교 고학년생부터 중학생까지를 주요 독자층으로 삼았다. 권당 원고지 450장 내외로 분량을 조절하고, 동양화가 김옥재의 삽화를 곁들였다. 또 각권의 끝에 주요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가계도 등을 정리 수록해 청소년들의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연세대 최유찬 교수가 청소년판의 전체적인 가닥을 잡고, 토지연구가 이상진씨가 기존에 나와 있는 판본들을 비교해 오류를 정리하고 주요 내용을 구성한 뒤 마지막으로 원작자의 검증을 거쳐 한 권씩 완성했다.

청소년판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인 부분은 4부와 5부. 사건의 전개보다 사상적 논제를 중심으로 다뤘던 원작에 비해 ‘청소년 토지’에서는 서사를 주된 줄기로 하되 자연스럽게 작가의 사상이 배어나도록 했다.

소설가 황석영은 “이제 대하소설 ‘토지’가 어린이에게도 읽혀지도록 새로운 꾸밈으로 발간되는 것은, 작가의 대지와 같은 모성이 마고할미나 삼신할미의 이야기처럼 심오한 상징으로 다음 세대에도 전승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접한 청소년들은 훗날 원작 ‘토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도록 ‘내공’을 다질 수 있을 듯하다.

1차분으로 3권까지 나왔으며 6월 말 완간될 예정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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