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문명의 수수께끼’…日화산폭발이 佛혁명 불렀다?

  • 입력 2005년 3월 18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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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수수께끼/에이드리언 베리 지음·유진 옮김/344쪽·1만1000원·하늘연못

문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외계인들이 원시 인류를 교육시킨 결과 생겨났을까. 예언자들의 예언을 정밀히 분석하면 인류의 미래를 알 수 있을까. 카리브 해 어딘가에 다른 우주로 통하는 통로가 있을까.

우주와 생물,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스케일 큰’ 생각은 우리를 답답한 현실에서 멀리 벗어나게 해준다. 미국과 유럽의 대중잡지들이 유명인사 가십만큼이나 ‘외계인과의 만남’ ‘고대 문명 속의 컴퓨터’ 같은 화제들을 즐겨 싣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책의 저자인 베리 씨 역시 이런 화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겨냥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베리 씨는 철저하게 ‘검증 가능한 사실’만을 다루며 ‘지적 미신’을 배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폴레옹은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화산 활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아마 아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화산들이 나폴레옹, 나아가 세계사를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문명의 발전과 무관한 듯한 화산의 폭발도 기근이나 홍수를 초래함으로써 지구 반대편의 역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02년 12월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의 폭발. 동아일보 자료 사진

1783년 일본 아사마 산과 아이슬란드 라키 산의 화산이 폭발한 뒤 몇 년 동안 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됐다. 기근은 농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졌고, 결국 혁명을 불러왔다.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한 뒤 이듬해는 화산재의 영향으로 지루한 폭우가 이어졌다. 프랑스 군대의 대포는 진창에 빠져 이동하지 못했고, 나폴레옹은 워털루에서 대패했다.

인류가 외계인과 접촉할 가능성은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외계인의 방문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다. 지상 1000km 높이에서만 관찰해도 인류 문명의 자취를 찾아낼 수 없듯이, 외계 문명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의 관찰 영역은 명백한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외계인 흔적’들에 대한 저자의 반응은 조소에 가깝다. 미국 로스웰의 ‘외계인 해부 필름’은 ‘사실이라면 중대 범죄가 될 만한’ 일이다. 해부학의 문외한들이 아무렇게나 장기를 꺼내 잘라버리는 광경이 명백히 드러나기 때문.

그 밖에 ‘예수의 시신을 쌌다는 토리노 성의(聖衣)는 석고상에 산화철 안료를 바르고 문질러 만들었다’ ‘몽골이 유럽 공격에 사용한 투석기가 페스트의 대유행을 가져왔다’ ‘우주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는 붕괴된 별인 밀리세컨드 맥동성이며, 그 실용적 사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등 문명의 과거 및 미래와 결부된 다양한 화제들이 줄곧 시선을 붙잡는다.

저자는 영국 천문학회, 영국 지리학회의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1977년부터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등에 문명사와 과학사 칼럼을 기고해 왔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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