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연극「5월에는 연애를 시작한다」

  • 입력 1999년 5월 27일 11시 23분


따발총 쏘듯, 언어의 유희를 벌이는 연극에 길들여진 관객이라면 ‘5월에는 연애를 시작한다’를 보는 것이 어색할 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할 말많은 젊은 남녀간의 헤어짐과 재결합을 그리면서도 연극은 1시간10여분간 남녀(김철홍 김문정 분)의 대사를 극도로 절제한다. 시작부터 50여분은 마임에 가까울 정도.

대신 작품은 각종 오브제(무대 도구)로 투영되는 이미지 중심으로 이어간다. 무대 앞에 수북이 놓인 수십개의 술병은 두사람이 오랫동안 쌓은 미운정 고운정을, 낚시터 대용으로 사용된 미니 수족관은 사랑의 징표인 호출기 핸드폰 편지 등을 내던지는 ‘망각의 강’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언어를 절제하고 이미지로 표현한데 대해 연출자 위성신은 “수만가지 ‘감언이설’도 약효가 떨어질 권태기 연인들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음악은 단순한 효과음을 넘어서 또다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초반 20여분간 이어지는 루이 암스트롱의 감미로운 선율은 두사람의 좋았던 시절을 상징한다. 남자와 헤어진 여자가 모든 것이 귀찮은 듯 피자와 TV만으로 하루를 보낼 때는 줄곧 CF만이 쏟아져 ‘지루한 하루살이’라는 느낌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대사가 거의 없고 몸으로 ‘때우다’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과장된 것이 아쉽다. 또 헤어진 남녀가 재회하는데 대해 극중 설명이 부족한 것도 객석을 의아하게 만든다. 극단 오늘. 6월20일까지 혜화동1번지극장(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화수목 오후7시반 금 오후4시반 7시반 토일 오후3시 6시 9시.(월 공연쉼)02―2272―7114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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