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책의 오른쪽 면을 왜 비워뒀을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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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나가지 마!/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글·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민찬기 옮김/40쪽·1만2000원·그림책공작소

책을 펼쳤을 때 제일 먼저 시선이 가는 쪽은 좌우 어느 쪽일까요? 대부분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 책장을 넘기는 오른쪽이에요. 지면에 이미지와 글을 배치할 때 기본은 왼쪽에 이미지, 오른쪽에 글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유 있는 디자인 방식이지요.

왼쪽에 놓인 이미지의 정보는 왼쪽 눈으로 들어와 시신경을 따라 오른쪽 뇌로 전달됩니다. 반대로 오른쪽 글이 가진 정보는 좌뇌로 전달돼요. 가끔 어떤 이유나 목적을 갖고 글과 그림 자리를 바꿔놓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그 까닭을 찾기 위해 머릿속이 바빠지지요. 1차 독자를 유아로 보고 그림이 주가 되는 그림책의 경우 오른쪽에 중요한 정보를 담은 그림을 배치하는 이유가 짐작되지 않나요?

오늘 소개할 책의 오른쪽 면은 시작부터 비어 있습니다. 아예 책이 접히는 제본 선을 경계로 왼쪽의 군인이 아무도 오른쪽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고 서 있습니다. 책의 중반을 좀 더 지날 때까지 누구도 그 선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왼쪽은 거의 폭발 직전입니다. 그런 배치가 낯설지만 그 때문에 메시지가 완벽하게 전달됩니다.

중앙선을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더 가관입니다. 장군님께서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라네요. 언제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오른쪽을 비워두라는 명령이라니!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변화하는 법. 억지로 막는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공은 굴러가고, 알비노 할아버지의 등은 휘며, 아기도 태어납니다. 중심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도 하나하나 소중하게 놓치지 않고 들려줍니다. 거침없는 선과 색채로 더 자유로운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마세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아무도 지나가지 마#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베르나르두 카르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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