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데뷔 45년 패티 김 "사랑은 나의 운명, 노래는 나의 생명"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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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기자
김동주기자
빨간 모자에 검정 물방울무늬를 수놓은 빨간 스카프.

한겨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서도 패티 김은 선명했다. 그는 “(나는) 아직 질 때가 한참 남은 붉은 석양”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인근 레스토랑에서 패티 김(본명 김혜자)을 만났다. 사진 촬영을 먼저 권했다. 가요인생 45년 동안 수백 번 사진을 찍었을 텐데도 그는 사진기자의 주문에 진지하게 응했다.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는 당부도 여러 차례 했다. 인터뷰 때 근접 촬영을 하겠다고 했더니 “이젠 얼굴을 클로즈업시키면 주름살이 보여 싫다”며 “아티스트는 늘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월 12∼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 45주년 기념무대 ‘아이 디드 잇 마이 웨이(I Did It My Way)’를 갖는다. 이 공연은 동아일보와 SBS가 공동 주최한다.

외길 45년. 그것도 한 차례도 정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인터뷰는 “(나는) 참 도도하게 살아왔다”는 말로 시작됐다.

“자기 자리를 추호의 흔들림 없이 지켜왔다는 뜻이지요. 노래로나 삶에서나 자존심을 생명처럼 여겼어요.”

사회 곳곳에서 권위가 실종된 요즘, 패티 김의 ‘도도하다’는 말이 귀를 잡아 당겼다. 팬들도 그렇게 세월을 함께 보낸 패티 김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공연 때마다 쏟아지는 중년 팬들의 갈채는 그의 노래가 아니라 ‘도도한’ 삶에 대한 것이다. 조영남도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닌 누님”이라고 말한다.

패티 김이 발표해 온 노래들은 한국 발라드의 모델이었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가시나무새’ ‘이별’ ‘초우’ 등. 1960, 70년대 트로트 물결 속에서도 그는 오롯이 빛났다. 또 카리스마와 풍부한 성량, 대담한 의상과 파격적인 무대연출로 라이브 공연의 문을 열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첫 공연,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 한국 대중가수로는 1호 기록을 여러 개 수립했다. 그만큼 그가 걸어온 길은 ‘처음’이 많았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하는 고독과 고통. 어떻게 이겨냈을까.

“내 자신을 모질게 대했어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맘껏 먹은 적이 거의 없어요. 결벽증 환자로 보이기도 했죠.”

패티 김은 60대인데도 ‘몸짱’이다. 그가 운영하는 여성 전용 헬스센터에 나오는 30대 여성들도 그의 몸매와 체력에 놀란다. 지난해 가을 전국순회무대에서 하루 2회 공연을 하면서 마라톤에 버금가는 체력을 소모하는데도 패티 김의 허리는 꼿꼿했다.

그는 “무대는 생명이고 팬들의 눈과 귀에는 절대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그것을 두려워하다 보면 소리와 몸의 관리에 철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가수들에게도 “인기는 하루아침에 오고 하루아침에 간다. 그것을 유지하려면 자신을 상품으로 내몰지 말라”고 주문했다. 패티 김은 15년 전 딱 한 차례 TV CF에 출연했을 뿐이다.

그러면 회한은 없을까.

“왜요, 많았죠. 많았어요. 이상한 소문이 나거나 (다이어트로) 배가 고파 잠을 못 잘 땐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고 울기도 했죠.”

패티 김은 잠시 주저하다가 “길옥윤 선생과 이혼했을 때, 한국을 떠날 생각을 했을 만큼 어려웠다”고 말했다.

“잉꼬부부로 소문났었는데… 이혼했더니 그 비난이 모두 내게로 쏟아졌어요. 변명하지 않았어요. 세월이 흐르니까 이해를 하더군요.”

패티 김은 좀처럼 베일을 벗지 않는다. 사사로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집도 공개한 적이 없다. 절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2, 3명뿐이다.

그런 그가 어느새 길 선생과의 사이에 낳은 딸 정아씨(36)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아씨는 지난해 6월 영국인과 결혼했다.

공연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지 않으면 가수로 활동하는 둘째 딸 카밀라의 이야기로 이어질 것 같았다. ‘도도한’ 그도 딸 앞에서는 여느 어머니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공연에 대해 “미리 알면 재미없다”며 히든카드를 강조했다. 다만 김수희의 ‘남행열차’ 등을 댄스와 함께 부르는 코너가 있다는 것을 공연기획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내 팬들은 도도하게 삶을 가꿔온 이들입니다. 그들과 즐기고 싶습니다. 50주년 무대도 약속하고 싶고요.”

5년 뒤 그는 일흔이 넘는다. 50주년 무대는 또 하나의 대기록이다. 패티 김은 서울 콘서트 전에 광주(22일) 울산(28일)에서도 공연한다. 서울 공연은 3월 12∼14일 오후 7시. 4만, 6만, 9만, 12만원. 02-783-0114

허 엽기자 heo@donga.com

▼패티 김 약력▼

○ 1959년 미 8군 무대에서 데뷔

○ 60년 일본 NHK 초청 공연

(해방이후 일본 초청 첫 한국 가수)

○ 60년대 美 ‘자니 카슨 투나잇쇼’ 출연

○ 78년 한국 대중가수로서는 처음

세종문화회관 공연

○ 85년 첫 팝스 콘서트

(서울市響과 대중가수의 첫 공연)

○ 89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

(한국 가수로는 처음)

○ 99년 40주년 기념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 한국여성단체연합 후원회장(2001년),

한국에이즈예방재단 홍보이사(2002년)

▼패티 김 히트곡▼

‘서울의 찬가’(69) ‘초우’(69)

‘사랑하는 당신이’(70) ‘이별’(72)

‘사랑은 영원히’(74)

‘그대 없이는 못살아’(74)

‘이렇게 좋은날’(78) ‘못 잊어’(78)

‘추억 속에 혼자 걸었네’(78)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83)

‘사랑은 생명의 꽃’(84)

‘빛과 그림자’(85)

‘사랑은’(90) ‘가시나무새’(90)

‘초우’(91) ‘인형의 눈물’(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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