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바흐 피아노 전곡 4년 8개월만에 끝내는 강충모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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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8개월간 10회에 걸친 바흐 피아노음악 전곡 연주의 대장정 완주를 앞둔 피아니스트 강충모씨. 그는 “바흐 음악이 건축적일 뿐만 아니라 섬세하고 감각적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스테이지원
4년8개월간 10회에 걸친 바흐 피아노음악 전곡 연주의 대장정 완주를 앞둔 피아니스트 강충모씨. 그는 “바흐 음악이 건축적일 뿐만 아니라 섬세하고 감각적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스테이지원
10차례의 콘서트, 총 연주시간을 다 합치면 24시간에 이른다.

피아니스트 강충모씨(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4년8개월에 걸친 바흐 피아노음악 전곡 연주의 대장정을 마감한다.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강충모 바흐 피아노 전곡 시리즈 10’.

그는 19세기 때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라고 부른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권’의 연주를 끝으로 마침내 10회에 걸친 바흐 콘서트의 막을 내린다.

“길이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대위법(對位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바흐의 음악은 같은 화음 아래 여러 선율들이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는 식이니까요. 한 손이 2곡의 노래를 부르는 건 예사고, 심할 때는 5개의 선율이 따로 흘러가기도 해요.”

그는 바흐 연주가 5가지 물감을 한 통에 넣되 각기 뚜렷한 색깔을 그대로 유지시켜야 하는, 힘들기 짝이 없는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그는 악보를 모두 외워 연주했다.

“악보가 복잡해 도저히 눈으로 보면서는 연주에 집중할 수 없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외워야만 했습니다.”

4년 전 바흐 전곡 연주에 착수하면서 그는 ‘머리를 흔드는 버릇을 없앴다’고 말했다. 애써 외워놓은 머릿속 악보에서 음표들이 우수수 떨어지면 어떡하느냐는 고민이 담긴 농담이었다. 요즘은 어떨까. 그는 “연주가 끝날 때마다 머리를 힘껏 털어 음표를 지우고 다음 연주에 대비했다”고 말한다.

한국 피아노 음악사상 유례가 없는 그의 대도전에는 비슷한 시기에 펼쳐진 부천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말러 시리즈에서와 같은 열광은 아니지만, 잔잔한 공감의 물결이 이어졌다. 그의 연주에 매료된 관객들이 팬클럽 ‘카페 피아노’를 결성해 벌써 회원 수가 1000명을 헤아린다. 6월엔 강 교수와 함께 ‘팬클럽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유니버설뮤직은 그의 연주를 골드베르크 변주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인벤션과 신포니아 등 3장의 음반으로 발매했다. 송현수 유니버설뮤직 클래식 부장은 이들 음반이 ‘부동의 스테디셀러’라고 소개했다.

10월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해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음악 칼럼니스트 유혁준씨(경인방송 클래식전문 PD)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러시아 청중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며 브라보를 외쳐댔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당분간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고 했다. “공연 다음날, 지금까지 9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옷장과 CD장을 정리한 뒤 비디오를 빌려 보다 잠들겠죠.”

그의 부인 이혜전씨(숙명여대 교수)도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 그래서 그는 부인의 비평이 가장 무섭다. “돌려 말하는 법 없이 곧바로 한 대 먹이기 때문에 충격이 큽니다. 그래서 듀오연주는 가능한 한 안하려고 해요. 함께 연주하는 날이 부부싸움 하는 날이거든요.”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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